Schubert : Arpeggione Sonata in a minor D.821
작품의 개요 및 배경 이 곡은 오늘날 흔히 첼로 소나타라고 하지만 본래는 '아르페지오네'(Arpeggione)라는 악기를 위해 작곡되었으며 결코 첼로를 위해 쓴 곡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아르페지오네'는 1823년에 발명된 뒤 얼마 후 곧 잊혀져 버려서 이 곡도 첼로 연주하는 것이 상식화되고 말았기 때문에 '아르페지오네'라는 악기 이름은 이 소나타로 간신히 그 존재를 보존하고 있을 뿐이다. '아르페지오네'는 빈의 슈타우퍼라는 사람이 발명한 것으로서 기타의 장점을 가미한 첼로풍의 악기이며 여섯 줄의 현을 지녔고 첼로보다 높은 음역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소나타에는 높은 음을 풍성하게 쓰고 있어서 오늘날의 첼로로 연주하려면 매우 높은 기교가 요구된다. 슈베르트가 27세 때인 1824년에 작곡하였으며 이 해에 그는 5월부터 10월초까지 헝가리의 에스테르하찌 백작 저택에 초대되어 머물렀는데 여기서의 생활은 쾌적했던 모양으로 정신적인 건강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작곡한 것은 헝가리로부터 빈으로 돌아온 11월이었다. 슈베르트 본래의 음악으로 전체가 감싸여 있으므로 다른 음악의 영향이 분명하게 구별되는 부분이 드러나지는 않았으며 멜로디나 리듬을 채용한다 하더라도 모두 자기 것으로 완전히 소화한 채 뛰어난 슈베르트의 작품으로 완성되어 잇는 점은 이 작곡가의 천분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재능이 확실히 보인다. 작품 전체를 뒤덮고 있는 우수의 정감은 낭만파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슈베르트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는 아늑한 비애감이 도처에 배어 흘러 듣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이따금 구름 사이의 햇살 같은 밝은 빛이 엿보이다가 이윽고 비애의 잿빛 구름에 다시 가려지는데, 제2악장의 동요를 연상케 하는 멜로디를 중심으로 하여 전개되는 세계가 그 좋은 본보기이다. 제3악장의 알레그레토도 경쾌함을 유지한 채 진행되는 피날레가 역시 깊은 우수로 가득 찬 서정 세계의 본질을 역력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구성 및 특징 나는 밤마다 잠자리에 들 때, 다시는 깨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오직 어제의 슬픈 생각만이 다시 나를 찾아옵니다. 이처럼 나는 즐거움이나 다정스러움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슈베르트는 27세인 1824년의 일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또 "나의 작품은 음악에 대한 나의 이해와 나의 슬픔의 표현입니다. 슬픔으로서 만들어진 작품만이 사람들을 가장 즐겁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슬픔은 이해를 날카롭게 하고 정신을 굳세게 해줍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슈베르트는 아무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던 자기의 허약한 건강을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동안에도 유명한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의 가곡집이라든가, 가장 널리 알려진 <피아노 소나타 a단조>(작품 143) 등의 걸작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 해인 1824년 여름에 슈베르트는, 에스테르하찌 일가와 함께, 쩨레스로 갔었다. 그는 여기서 오래간만에 상쾌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아마 슈베르트의 실내악곡 가운데에서 가장 아름답고, 또한 가장 다정스러운 정취가 풍부한 <현악 4중주곡 a단조>가 만들어진 것도, 이 해 여름의 일이었다. 백작의 딸인 '카롤리네와'의 사이에 로맨스가 싹튼 것도 이 때문이라 하겠다. 슈베르트는 여섯살 쯤 젊어졌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였다. 쩨레스는 헝가리의 향토색이 짙었으며, 그래서 슈베르트는 슬라브나 마쟈르의 요소를 풍부하게 채택하여 몇 개의 실내악곡을 작곡하였던 것이다. 그는 아르페지오네라는 새로운 악기에 흥미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나, 한편 이 기타에 첼로를 더한 듯한 성질의 음에 헝가리풍의 특징을 발견하고 그것에 매혹되어 작곡하기도 했던 것이리라. 따라서 이 소나타에는 슬라브풍이나 마쟈르풍의 힘차고 개성적인 성격이 아름답게 나타나 있다. 제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a단조, 4/4박자 정상적인 소나타 형식으로 작곡되어 있다. 9마디의 피아노 전주 다음에, 감미로울 정도로 우아한 주제가 첼로로 노래된다. 이 제1주제는 곡의 주상(主想)으로서는 다루어지지 않으나, 곡의 정취로서는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제2주제는 명랑하고 경쾌한 성질이다. 사실은 이 기분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첼로가 5개의 화음을 피치카토로 연주하여 제시부를 마친다. 전개부는 첼로의 피치카토와 피아노로 시작하고, 제1주제가 약간 첼로로 노래된 다음, 거의가 제2주제를 바탕으로 한 전개가 된다. 언제나 유머러스하고, 명랑한 기분이 강조되고 있다. 이윽고 느릿한 첼로의 접속 악구가 있고, 재현부에 들어간다. 공식대로 제1, 제2주제의 재현이 있고, 서정적인 코다가 된다. 첼로가 호소하듯이 연주하는 이 코다는, 과연 슈베르트의 개성을 강하게 나타내어 아름다우며 인상적인 코다이다. 제 2악장 아다지오, E장조, 3/4박자, 세도막 형식 아다지오는 첼로가 연주하는 칸타빌레 주제를 중심으로 하여 변주 형식의 부분이 전개된다. 마음껏 첼로의 저음으로 연주되는 이 가요 악장은 진주의 눈물 방울로 5선지에 적어 넣은 듯 눈부시게 영롱한 첼로뿐만 아니라 피아노의 연주도 아름다운 악장이다. 제 3악장 알레그레토, A장조, 2/4박자 누구나 들으면 감동하는 악장이며 알레그레토이며 론도 형식이다. 쾌활함을 겉으로 드러내 보이지만 끝에서 다시 우수 속에 잠기는 첼로의 탄식은 깊은 인상을 아로새겨 준다. 제2악장의 가요풍의 특징을 그대로 론도에 옮긴 형식으로서, 갑자기 첼로로 시작되는 론도 주제는, 순조롭게 전(前) 악장의 주제와 융합되고 있다. 이것이 집요할 정도로 되풀이된 다음, 짧은 접속악구가 있고, 제2주제가 나온다. 이것은 제1악장의 제2주제를 연상시킬 정도로 명랑하고 경쾌하다. 또한 헝가리풍인 첼로의 피치카토가 그것을 더욱 강조한다. 이윽고 곡은 호탕한 곡취를 더하여, 제3주제가 제시된다. 에피소우드풍으로 사용된 이 제3주제는, 자유 분망하게 활약하여 유머러스한 곡취를 강조 한다. 그 뒤 론도 주제가 원조로 돌아와, 동기를 자유롭게 변경시킨 코다에 옮긴다. 밝고 경쾌한 곡취 뒤의 애수 같은 이 코다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 세광음악출판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