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ldi 12 violin Concerto g minor Op.4 No.2 RV 279-'La Stravaganza'

독주 바이올린 : 라헬 포저, 페사리니우스 1739
Arte Dei Suonatori

활달한 운궁으로 바흐와 텔레만의 바이올린 작품을 운동감 있게 그려냈던 포저가 콘체르토 독주자로 비발디의 솔로 콘체르토 세트인 라 스트라바간차를 녹음했다. 폴란드 출신의 젊은 음악인들을 중심으로 결성했다는 앙상블은 독주자의 손발이 자라나기라도 한 듯 바이올린 독주가 응축하고 있는 세계를 자연스럽게 확장하고 있다.
독주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이음새가 모나지 않게 하면서 다이내미즘과 긴장의 고조를 이끌어나가는 앙상블의 일사불란함은 독일의 일급 앙상블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전체적으로 독주와 투티 사이를 대조시켜 긴장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긴밀히 공조하며 역동적인 유기체를 만들어 내고 있다. 독주의 정서가 고조되어 정점에 이를 때 홀연히 나타나는 콘티누오가 감정을 연소시키고 새로운 긴장을 준비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작곡가의 필치지만, 자연스런 연출을 위해 콘티누오의 다이내미즘이나 악기편성을 교묘하게 다루고 있다.
바이올린 독주로 시작하는 독특한 협주곡 8번을 보자. 첫머리의 셋잇단음표들은 즉흥적인 스타일의 선율전개로 꾸며지기보다 지배적인 리듬 프레임을 앞서 보여주는 예언적인 서주로서 이후에 전개될 투티와 총체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박정원

지난 십수년 사이에 등장한 이탈리아의 젊은 연주자들이 이룩한 성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훌륭한 연주자들이 바로크 음악과 원전악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됨에 따라 비발디를 비롯한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을 해석하는 관점과 연주하는 방식에 혁신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원전악기 운동 초기에 큰 공헌을 했던 영국 그룹들의 연주가 지나치게 양식화되었다는 비판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제 영국 스타일과 이탈리아 스타일이라는 해묵은 이분법을 끝장낼 때가 되었다. 레이첼 포저와 폴란드의 젊은 음악가들은 비발디의 새로운 해석이라는 것이 오로지 이탈리아적인 기질에만 의존한다는 어떤 믿음을 타파하고 있다.
갓 잡아올린 생선처럼 싱싱하고 펄떡거리는 새로운 <라 스트라바간짜>는 과시적이고 화려한 솔로 연주, 빠르고 리듬감이 강조된 연주, 과장된 다이내믹, 발현악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격렬한 바소 콘티누오의 연주 같은 것이 이탈리아의 전유물이 아님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비록 독주 협주곡이지만 훌륭한 연주의 공은 상당부분 폴란드의 고악기 그룹, Arte Dei Suonatori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들은 마치 전 유럽 고악기 오케스트라의 장점의 종합처럼 보인다.
이들은 20여년전 헝가리의 카펠라 사바리아가 비발디 협주곡을 연주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또한 결여되었던) 놀라운 활력과 신선함을 과시하고 있다. 레이첼 포저는 이 연주를 통해 비르투오조적인 바이올린 음악에도 능숙한 테크니샹임을 입증하고 있다.

포저는 고양된 음색과 풍부한 감정을 주는 비브라토을 통해 평범한 프레이즈에서조차 새로운 느낌을 창조해 낸다.
즉흥적인 장식은 아주 없지도, 너무 많지도 않은데 참신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만약 즉흥연주에 관심이 있다면 앤드류 맨즈나 앤드류 왓킨슨(협주곡 5번에서 멀티 코드의 창의적인 연주를 들어보라!)을 참조하는 것이 좋겠다. 8번 협주곡을 첫 번째 알레그로 악장을 강한 비트로 시작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데 왜냐하면 포저의 경우처럼 독주가 다소 요란하게 시작하는 경우 바로 뒤이은 격렬한 투티와의 대비가 충분히 이뤄지질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앤드류 왓킨슨/니콜라스 크레머(낙소스)의 연주가 좀 더 이상적인 다이나믹 배분에 접근했다고 생각한다.

편성의 측면에서 특별한 점은 바소 콘티누오 악기로 하프시코드, 오르간과 함께 테오르보, 아치류트, 바로크 기타를 곡의 성격에 맞추어 세밀하게 조합하여 적절한 음향효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느린 악장에서는 테오르보나 아치류트만을 써서 고요한 분위기를 이끌어낸다면 , 빠른 악장의 경우에는 기타를 첨가하여 분명하고 힘찬 리듬을 부각시킨다.

피치는 최근 시도되는 베네치아 피치(현대 피치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음)가 아닌 독일 캄머톤(현대 피치보다 반음 낮음)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베네치아 피치를 쓰고 있는 왓킨슨/크레머의 연주와는 상당히 다른 인상이다. 왓킨슨의 연주에 비해 독주 바이올린이 덜 두드러지기 때문에 전작인 Op.3보다 솔로 협주곡의 성격이 한층 강화된 Op.4의 연주에서 낮은 피치는 다소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부분적으로는 이보다 좋은 해석을 찾을 수 있겠지만, 포저의 새 음반은 전체적으로 대단히 훌륭한 세트이며 필자의 오래된 참조음반인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의 연주(Decca)를 선사시대의 유물처럼 만들어 버렸다. SACD포맷으로도 따로 발매되어 있지만, CD쪽도 정보량이 풍부한 대단히 훌륭한 녹음으로 격에 맞는 오디오를 갖춘다면 투자한 만큼을 돌려주리라 확신한다.
라헬 포저(Rachel Podger, 바로크 바이올린)

라헬 포저가 뉴멕시코의 싼타페에서 가진 리사이틀을 들은 한 평론가는 "라헬 포저는 경이롭다. 마치 그녀는 바흐의 놀이친구나 된 듯이 그의 음악을 연주했다"고 썼다.

라헬 포저는 독일과 런던에서 공부했다. 독주자로 나선 이후 포저는 주로 바흐의 작품을 연주하고 있다. 그녀가 발표?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성공한 음반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고, 트레버 피노크와 녹음한 바흐의 소나타 앨범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3년에 발표한 비발디의 '열광' 협주곡집(CCS19598)은 그라모폰 상의 "최고의 바로크 음반"으로 선정됐고, 아울러 '올해의 최고의 음반'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2003년, 프랑스, 네델란드, 런던 등지에서 가진 리사리틀에서 앤드류 만쯔(Andrew Manze)와 파트너를 이루어 바흐의 더블 콘첼토를 연주하면서 바흐 스페셜리스트로서 진가를 다시 인정받았다.라헬은 미국, 한국, 독일, 네델란드, 영국에서 연주했고, 폴란드에서는 독주와 지휘를 동시에 하는 연주회도 가졌다. 라헬은 현재 런던 길드홀 예술학교의 바로크 바이올린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포저가 사용하는 악기는 1739년에 제노아(Genoa)의 페사리니우스(Pesarinius)가 제작한 바이올린이다. 이 악기는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처럼 유명한 악기가 아니어서, 운좋게도 (?) 거의 개조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되어 포저가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료출처 : 클래식 카페 '필유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