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의 '무언가' (Lieder ohne Worte- Songs without Words)

멘델스존의 '무언가'는 낭만주의 시대의 새로운 음악장르인 '서정적 성격소품(lyrisches Charakterstuck)'의 정립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물론 이 형식을 처음으로 창안한 작곡가는 다름 아닌 베토벤이며, 그의 Op. 119(11곡 구성)와 Op. 126(6곡 구성)의 두 쌍의 '바가텔(Bagatelle)이 성격소품의 효시로 기록되고 있지만(훗날 슈만이 작곡한 수많은 성격소품들은 아마도 베토벤의 작품을 모델로 삼은 듯 하다), 멘델스존의 '무언가'는 -슈베르트의 '즉흥곡(Impromptus)'과 '악흥의 한때(Musiceau Moment)'와 함께- 낭만주의 시대에 서정적 성격소품을 작곡하는 풍조에 결정적 기여를 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1830년부터 발표되는 이 일련의 작품집에는 총 49곡의 짧은 곡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6곡이 묶여져서 하나의 작품번호를 가진다. 대부분 제목이 붙여진 각 작품들은 순간적으로 어느 특별한 정조(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새로우면서도 전형적인 낭만적 아이디어인 것이다. 그 중에서 오늘날 자주 연주되는 곡은 '사냥의 노래'(Op. 19의 3번), '뱃노래'(Op. 19의 6번), '봄노래'(Op. 62의 6번)등이다.
'사냥의 노래'
는 사냥의 나팔을 암시하는 전주로 시작하여 나팔의 울림과 그 메아리가 곡의 중간에 출현한다. '베니스의 뱃노래'에서는 곤돌라를 젓는 리듬을 암시하는 반주가 아주 인상적이며, 그 위에서 이태리의 민요를 연상시키는 선율이 전개된다. '봄의 노래'는 장식음을 절묘하게 사용하여 멘델스존의 천재성을 엿보이게 하는 작품이며, 반주와 페달의 관계는 낭만주의의 피아니즘을 보여주고 있다.

역대 음악가중에서 생존시 최고의 영예를 누린 인물로 기록되는 멘델스존.
그의 오라토리오, 합창음악, 리트, 특히 그의 피아노 음악('무언가')은 동시대의 음악문화를 풍요롭게 만들었고 유명 레퍼토리로 굳건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사망한 이후 급작스럽게 그의 음악은 '너무 차분하고 편안하며',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공격을 받게 된다.

아름다움과 생동감을 지니고 기악협주곡의 형식적 개혁을 이룩한 그의 마단조 바이올린 협주곡(Op. 64, 1844)이 여전히 각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멘델스존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바그너와 그의 추종자들로부터 악랄한 공격을 받게 된다.
이러한 인종차별주의는 독일의 나치정권 하에서 그 정도가 극성을 이루게 된다. 그러다가 20세기 중엽 이후 학계와 음악계는 멘델스존의 음악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Mendelssohn Songs without Words 멘델스존 무언가

멘델스존은 노래는 노래인데 가사가 없는 노래, 가사가 없어도 음악만으로도 말 이상의 뜻을 나타낸 노래, 즉 피아노의 선율만으로 노래한 '무언가'를 49곡이나 썼다. 이를테면, 어떤 사물을 표현하면서 가사 없이도 오로지 음의 소재만으로도 그 표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이 증명된 작품집인 셈이다. 무언가(無言歌)는 ‘songs without words(말이 없는 노래)’를 한자어로 옮긴 표현이다.

슈만은 멘델스존의 '무언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해질 무렵, 무심코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에 손을 얹으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려 보고 싶은 가락이 떠오른다.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테지만 그가 작곡가이고 더구나 멘델스존 같은 재능 있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어 낼 것이다"

멘델스존은 1830년부터 15년간에 걸쳐서 수시로 이러한 곡을 만들었는데 6곡씩 모두 8권에 수록했고, 별도로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라장조의 곡(op.109)을 썼다. 이 곡 역시 작은 소품이지만 시정이 아주 풍부하고 낙천적이고, 아울러 낭만적인 정서와 깨끗한 인상이 잘 표현되어 있다.

무언가집의 구성

무언가 제1권 op19 (전6곡) / 무언가 제2권 op30 (전6곡)
무언가 제3권 op38 (전6곡) / 무언가 제4권 op53 (전6곡)
무언가 제5권 op62 (전6곡) / 무언가 제6권 op67 (전6곡)
무언가 제7권 op85 (전6곡) / 무언가 제8권 op102 (전6곡)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무언가 op.109
베네치아의 뱃노래

무언가엔 ‘베네치아의 뱃노래’가 3곡이나 들어 있다. 3곡 모두 작곡가 자신이 표제를 붙였다.
서양음악에서 뱃노래는 기악곡의 한 종류를 말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곤돌라 뱃노래’로부터 생겨나 점차 그 예술성을 인정받아 연주회용 기악곡으로 작곡되었다. 뱃노래는 8분의 6박자나 8분의 12박자로 된 느린 곡으로 마치 파도가 출렁거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많은 작곡가들이 뱃노래를 썼지만 그 가운데서도 멘델스존과 쇼팽의 작품이 널리 알려져 있다.

제1권(작품19)의 제6곡 G단조
Op.19 No.6 in G minor - Andante sostenuto
<베네치아의 뱃노래>는 같은 표제를 가진 다른 2곡과 함께 자주 연주되고 있다.
6마디와 5박의 전주 다음에 으뜸선율이 시작되고, 잔물결을 나타내는 듯한 반주를 타고 주로 2성으로 움직여가는 선율이 아름답고 우아하다.
<제1 베네치아의 뱃노래: Das venetianisches Gondellied Ⅰ>라고도 한다.

제2권(작품30)의 제6곡 F#단조
Op.30 No.6 in Fs sharp minor - Allegretto tranquillo
작품 19의 제6곡과 같은 곡명이다. 전주에 이어 왼손이 연주하는 셋잇단음표의 반주 위로 아름다운 선율이 흐른다.
중간부도 같은 작곡법을 취하는데 그 선율은 한층 감미롭고 이 부분과 후주에 있는 트릴의 효과도 아름답고 멘델스존다운 서정성이 잘 나타나 있다. 전체 3곡의 뱃노래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간단한 3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노래하는 듯한 선율은 그지없이 아름답다.
<제2베네치아의 뱃노래: Das venetianisches Gondellied Ⅱ>라고도 한다.

제5권(작품 62)의 제5곡 A단조
Op.62 No.5 in A minor - Andante con moto
‘베네치아의 뱃노래’라는 표제를 지니고 있다. 베네치아의 뱃노래 3곡 가운데 이 곡이 기술적으로 가장 어렵다고 한다. 4마디의 전주 뒤에 나타나는 8분의 6박자의 박자감을 기조로 한 느릿하게 노래하는 듯한 선율이다.
<제3베네치아의 뱃노래: Das venetianisches Gondellied Ⅲ>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