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카자드쉬(Robert Casadesus, 1899 - 1972)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음악 취향은 아무래도 '3B'를 중심으로 한 독일 중심으로 보인다.
이런 기준이라면 아담함과 세련미, 고상함이 장점인 피아니스트들은 호소력을 잃기 쉽다.

바로 이 때문에 이 대명사나 다름 없는 명 피아니스트, 로베르 카자드쥐는 여전히 우리 나라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예술가지만, 매일 먹는 쌀밥의 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의 음악의 매력이 어떤지 이해가 쉬우리라.

카자드쉬 가문은 부시-제르킨 가문만은 못하더라도, 삼촌 앙리(Henri, 1879~1947), 부인 가비(Gaby, 1901~1999), 아들 쟝(Jean, 1927~1972), 조카 장-클로드(Jean-Claude) 등 지금까지 3대에 걸친 프랑스의 가장 유력한 음악가문이다. 이들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애호받는 예술가라면 아직도 이의 없이 로베르 카자드쉬가 꼽힌다.

카자드쉬는 코르토, 롱 여사의 뒤를 이은 프랑스의 대표적 피아니스트로서 이른바 <전전파(戰前派)>를 대표하는 원로급 피아니스트였다.

로베르 카자드쉬는 1899 년 4월 7 일 파리 근교의 퐁탱블로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계(家系)는 대대로 음악가를 배출한 명문가였다.
우선 그의 삼촌 앙리는 부시 4중주단과 함께 20세기 초 최고의 앙상블로 불리는 카페 4중주 (Quatour Capet)의 비올라 주자였으며, 파리 고대악기협회(古代樂器協會)를 설립하여 주로 가족들과 함께 연주 여행을 다니며 고악기 연주의 재현을 위해 노력했던 뛰어난 음악가였다. 그의 아내 가비, 그의 아들 쟝도 뛰어난 피아니스트여서 세 사람의 협연은 유명하였다.


His wife, Gaby Casadesus
그런 이유로 카자드쉬는 어려서 부터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라났다.
그는 3 세 때부터 공중 앞에서 연주했고, 1910 년 불과 11 세의 나이로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였다. 파리 음악원에서는 리스트의 제자며 프랑스 피아노 악파의 대가인 루이 디에메(Louis Diemer)에게 사사했는데, 그는 코르토의 스승이기도 하였다.

이 때(1921년) 두 살 아래며 역시 디에메에게 배우던 가브리엘 로트(Gabrielle L'Hote)와 결혼했다. 그후 부인 가브리엘 로트는 '가비'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50년 이상 앙상블을 이루며 해로하게 된다.

카자드쉬는 1913 년 피아노로써 1 등상을 받고 파리 음악원을 졸업하였다.
1917 년 파리에서 데뷔하였으며, 그 뒤로도 음악원에서 수학을 계속하여 1919년에는 화성(和聲)에서 1 등상을 받았다. 이듬해인 1920 년에는 피아노의 최고상인 디에메상을 받았다.

퐁탱블로에 있는 아메리카 음악원을 비롯하여 제노바, 로잔느 음악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연주가로서도 화려한 활동을 펼쳤다. 그의 명성은 곧 서유럽을 비롯하여 폴란드, 러시아, 발트제국, 루마니아, 그리스, 터키 등지로 퍼졌고, 이어서 남아메리카까지 연주 여행을 했다. 미국에는 1935 년 뉴욕 필하모니와의 협연으로 데뷔하였는데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그 뒤로도 이 오케스트라의 독주자로서 초청되어 미국에서도 확고한 지반을 굳혔다.
제 2 차 세계대전 중에는 미국으로 이주하여 활약했는데 바이올리니스트인 프란체스카티와 자주 협연했다.
전후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구미 각국의 중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여러 음악제에도 출연하면서 광범한 활동을 펼쳤다.

레코딩도 이때 많이 하였는데 주로 셀과 협연했다.
카자드쉬는 작곡가로서도 뛰어난 역량을 가졌었는데, 몇 가지 작품은 구미 각국의 오케스라에 의해 연주되기도 하였다.

또한 그 자신의 연주회때 자기 작품을 곧잘 레퍼토리로 채택하기도 했다. 그 작풍(作風)은 프랑스적인 우아한 감성들을 담고 있다. 카자드쉬는 한마디로 말해서 가장 프랑스적인 피아니스트였다. 말하자면 좋았던 시대의 전아(典雅)한 에스프리가 높은 품위를 지니면서 그의 예술속에 반영되었다고나 할까. 그의 음색은 아주 투명하게 아름답고, 게다가 온화함과 다채로운 변화를 아울러 갖추고 있다.

연주 레퍼토리는 바로크에서 현대까지 아주 광범한데, 어떤 작품을 연주하더라도 군더더기 같은 것을 일체 배제한다. 따라서 음악의 순수한 아름다움이 향기 짙게 승화된다.

상쾌한 템포와 유려한 표정이 그의 매력이다.

카자드쉬는 1972년 장남 쟝이 캐나다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지 수 개월 후 파리에서 세상을 떴다.
그의 예술은 명쾌와 세련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무엇을 들어 봐도 부분적인 과장이나 잡다한 군더더기와는 거리가 멀고, 코르토처럼 가끔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는 일은 전혀 없다. 명쾌하고 밝으며 잘 공명되는 음향, 그리고 고전적이며 안정된 해석까지 갖췄으니 소위 '깔끔하게' 들릴 요소는 완벽하게 다 구비했다. 시원한 샘물이 찰찰 흐르는 느낌, 그것이 바로 그의 음악이다.


그의 레파토리는 라모 등 프랑스 바로크에서 바흐를 포함하여 브람스까지 독일 고전낭만, 프랑크나 생상 등의 프랑스 낭만파인 스탠다드 목록과 함께 드뷔시와 라벨까지 프랑스 근대 음악들이 중심이다. 특히 좋은 평을 받는 것은 세련미와 맑음이 잘 어울리는 모차르트, 고전적이며 그의 완벽한 테크닉을 보여 주는 라벨이다. 그의 레코드는 모노랄이 많은 점이 좀 아쉽지만, 스테레오에도 들어 볼 만한 것들이 많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은 2차 대전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뒤의 녹음이 대부분이다.
독주곡은 바흐에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을 거쳐 프랑스 근대 작품까지 녹음이 많지만, 가장 유명한 드뷔시와 라벨부터 꼽아야 한다. SP와 모노랄에 두 차례 전집을 완성했다고 한다.

최근 1951년의 라벨 전집(모노랄)이 Heritage 시리즈로 재발매됐는데, 드뷔시보다 훨씬 고전적인 양식을 좋아했던 라벨의 양식미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한 마디로 정말 상쾌한 연주다.

로베르는 젊은 시절에 라벨과 친교가 있었으며, 그의 작품으로 자주 연주 여행을 다녔다.
라벨은 이 젊은 아티스트를 좋아했으며, 직접 사인해 준 악보나 편지 등이 많이 남아 있다.

기제킹과 카자드쉬, 리히테르, 굴다 같은 명연주가들은 프랑스 인상파 작품의 연주에서 결코 지나치게 낭만주의를 강조하지 않는데, 이 점은 프랑스 작품의 연주에서 꼭 알아 둬야 할 것이다.(코르토의 드뷔시 전주곡 1집 녹음에서 가끔 좀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레코드의 수는 상당히 많은데, 그중에서도 모짜르트와 근대 및 현대의 프랑스 음악에 그의 최고의 연주가 담겨 있다.

셀 지휘, 클리블랜드 관현악단 연주에 의한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 15 번>, <제 17 번>, <제 21 번>, <제 22 번>과 셀 지휘, 콜럼비아 교향악단 연주에 의한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 26 번-대관식>, <제 27 번>, 오먼디 지휘, 부인 및 아들과 협연한 모짜르트 <3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로스바우트 지휘,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관현악단 연주에 의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 5 번-황제>, 오먼디 지휘, 필라델피아 관현악단 연주에 의한 댕디의 <프랑스 산사람들의 노래에 의한 교향곡>, 라벨의 <피아노곡 전집-제1, 2, 3집>, 드뷔시와 사티의 <피아노 소품집> 등을 대표반으로 꼽을 수 있다.

실내악으로는 주로 동향의 바이올리니스트 지노 프랑체스카티(Zino Francescatti)와 협연한 음반이 대부분이다.
두 사람은 1942년부터 1972년까지 자그마치 30년 동안이나 콤비로 연주했다고 하는데, 현역판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뿐이지만, 프랑스 로컬 발매로는 브람스도 구할 수 있다. 모노랄과 78회전 시대에는 프랑크, 라벨, 드뷔시, 포레 1, 2번 등도 녹음했는데, 아쉽게도 Sony 본사의 CD로는 하나도 나와 있지 않다.

그 외 78회전 시대에 HMV에서 녹음한 포레 4중주곡 1번(칼베 4중주단 멤버와 연주), 드뷔시 첼로 소나타(첼로는 모리스 마레샬) 등이 있다.


Robert Casadesus and his wife, Gaby Casadesus

마지막으로, 부인 가비 및 장남 쟝과 연주한 피아노 2중주~3중주 레코드가 있다.
부인과 연주한 4손/2중주 작품은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 독일계 작품 외에 샤브리에, 사티, 드뷔시, 포레 등 프랑스계 작품이 남아 있는데, 수십 년 같이 살면서 연주한 덕으로 호흡은 아주 잘 맞는 편이다. 이 중 국내에서는 프랑스계 작품 앨범(Masterwork Portrait series)만 볼 수 있다. 참고로, 부인의 말에 따르면 4손 작품을 연주할 때는 로베르가 저음 쪽을 연주했다고 한다.

바흐/모차르트의 2대와 3대를 위한 협주곡은 가비 및 쟝과 함께 오먼디 및 데르보 등의 지휘자들과 녹음했다.
그의 해석 경향은 부인이 한 마디로 요약해 줬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모차르트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정작 최고라고 생각한 작품은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이었습니다"
그가 프랑스 낭만/근대 음악을 아주 잘 해석했지만, 그의 본질은 이 고전주의에 있다. 그가 고전주의적인 감각이 없었다면, 코르토가 거의 도전하지 못한 모차트르를 이렇게 잘 연주할 수는 없었으리라. 그런 면에서, 카자드쉬는 프랑스 피아니스트 중에서 그리 흔하지 않은 고전주의자로 불릴 만 하다. 베토벤이 장기였던 이브 나트(Yves Nat)만 빼면, 아마 의심의 여지 없이 아직까지도 프랑스 제일의 고전주의 피아니스트일 것이다.


Gaby Casadesus, Wife


■ 앨범

01. Beethoven - Piano Concerto No 5, Violin Concerto / Casadesus, Francescatti, Et Al
         New York Philharmonic,
         Dimitri Mitropoulos, Conductor,
         Robert Casadesus (Piano)
         Zino Francescatti (Violin)


02. Great French Sonatas For Violin And Piano / Francescatti, Casadesus
         Zino Francescatti (Violin)
         Robert Casadesus (Piano)


03. Gunter Wand Edition Vol 19 - Beethoven, Haydn, Bach / Wand, Casadesus, Et Al
         Cologne Radio Symphony Orchestra,
         North German Radio Symphony Orchestra,
         Gunter Wand, Conductor,
         Robert Casadesus (Piano)
         Roland Greutter (Violin)


04. Mozart - Piano Concertos Nos 21 & 24 / Casadesus, Szell
         Cleveland Orchestra,
         George Szell, Conductor,
         Robert Casadesus (Piano)


05. Brahms - Serenade No 1 & 2, Piano Concerto No 2, Etc / Toscanini, Casadesus
         New York Ladies Choir,
         New York Philharmonic,
         Arturo Toscanini, Conductor,
         Robert Casadesus, Piano


06. Heritage Ravel - Complete Solo Piano Music / Robert Casadesus
         Robert Casadesus, Piano


07. Beethoven - Piano Sonatas 14, 23, 24, 26 / Robert Casadesus
         Robert Casadesus, Piano


08. Robert Casadesus Plays Mozart - Piano Concertos
         French National Orchestra,
         Lovro von Matacic, Jean Martinon - Conductor,
         Pierre Monteux, David Zinman - Conductor,
         Robert Casadesus (Piano)


쟈료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