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릴 콘드라신(Kirill Petrovich Kondrashin, 1914 - 1981)
러시아 태생의 지휘자.
키릴 콘드라신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거장 지휘자 중 하나이다.
선이굵고 스케일 크며 중후한 진행의 그의 지휘방식은 넘보지 못할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기도 하다. 러시아 출신답게 쇼스타코비치나 차이코프스키 등과 같은 자국의 지휘자 작품에서 괄목할만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은 압도적인 명연으로 기록되고 있다.

한가지 주목할만한 사실은 러시아 지휘자이면서도 보기 드물게 말러 교향곡에 많은 애정을 갖고 오랫동안 연구와 노력을 거듭하였고, 결국 러시아 지휘자들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말러 스페셜리스트’라는 호칭을 듣기도 했다.

키릴 콘드라신은 1914년 3월 6일 소련의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비올라를 하는 아버지와 바이올린을 하는 어머니를 부모로 둔 음악가 집안이었던 관계로 6세 때부터 키릴 콘드라신은 니콜라이 지랴예프에게 피아노와 이론을 배웠다. 그러나 콘드라신은 어려서부터 음악 공부를 시작했지만 크게 흥미를 못 느꼈다.

그러던중 14세 때 오케스트라에 큰 관심을 갖게 되면서 다시 음악 공부에 전념하게 되었고, 이후 연주보다는 지휘자에 뜻이 있어 그쪽으로 정진하게 되었다. 1931년 이미 어린이극장의 지휘자로서 캐리어를 쌓기 시작했는데, 지휘자 수업을 체계적으로 받기 위해 1932년에 모스크바 음악원 지휘과에 입학했으며 당시 음악계의 대가인 보리스 하이킨(Boris Khaikin)에게 사사받았다.

재학중에 네미로비치 - 단첸코 극장의 부지휘자가 되었고, 1934년 10월 25일 브랑케트의 <코르누비유의 종>을 통해 화려하게 데뷔하였다.

1936년 음악원 졸업과 동시에 레닌그라드의 (Maly) 가극장의 지휘자로 취임하였는데, 1943년까지 역임했다. 1943년 모스크바에 되돌아와 스승인 하이킨의 영향과 쇼스타코비치의 추천으로 볼쇼인 극장의 지휘자가 되었고, 사무엘 사모수드와 니콜라이 골로바노프를 보좌하였다.

콘드라신은 이곳에서 오페라와 발레의 지휘 경험을 쌓았다.
또한 소련 국립교향악단의 지휘자도 겸하였다.

콘드라신은 1956년 오페라 지휘를 그만 둘 결심을 하게 되었으며 이후 관심을 관현악곡으로 바꾸게 되었다. 1956년 볼쇼이 극장을 떠나 콘드라신은 콘서트 지휘자로 전신하였다.
1958년에는 제1회 차이코프스키 국제음악콩쿨의 결선 협연 지휘자로 출연했고, 미국인으로는 최초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반 클라이번과 함께 미국에 성공적으로 데뷔하였다. 특히 소련인 음악가로서는 최초로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에 의하여 백악관에 초대되기도 하였다.

1960년에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으로 임명되었고, 1975년에 퇴임할 때까지 이 오케스트라를 세계적 수준으로까지 육성시켰다. 특히 콘드라신은 모스크바 필하모닉과 말러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을 비롯한 대곡들을 주로 다루면서 악단 기량 향상과 단원들의 처우 개선에도 힘썼다. 특히 쇼스타코비치가 스탈린 치하에서 발표를 미뤄왔던 <교향곡 제4번>과 예프게니 예프투셴코의 문제작 시집을 가사로 한 <교향곡 제13번 "바비 야르">의 초연은 소련내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1967년에는 오이스트라흐 부자를 협연자로 모스크바 필과 일본에서 순회 공연을 개최했고, 1975년에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전곡 녹음을 완료해 세계 최초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집을 소련 국영 음반사였던 '멜로디야'에서 출반했다. 이외에도 말러의 교향곡 음반들과 프로코피에프, 하차투리안, 바르토크,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드뷔시, 라벨 등의 음반들도 제작되었다.

그러나 악단 운영과 관리를 둘러싸고 정부 등의 당국자들과 잦은 의견 대립 끝에 1975년에 음악 감독직에서 퇴진했고, 1978년에 암스테르담에서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관현악단을 객원으로 지휘하던 중 망명했다.

당시 콘드라신은 단신으로도 런던, 파리, 베를린 등에 객원으로 초청되었고, 소련에서도 가장 인기 높은 지휘자로서 활약했는데 1979년에 갑자기 네덜란드에 망명하여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 관현악단의 지휘자로 취임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영국 데카와 필립스와 같은 서방측 레코드 회사와 연계되어 빈 필하모니,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 등 일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였다.

망명 후에는 주로 네덜란드에 거주하면서 콘서트헤보우의 수석 객원지휘자 자격으로 주로 활동했으며, 라파엘 쿠벨릭의 사임으로 상임 지휘자 공석 상태였던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도 여러 차례 객원으로 연주회를 개최했다.

이외에도 시카고 교향악단이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NHK 교향악단 등의 연주회에도 객원으로 출연했고,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에서는 1982년부터 상임 지휘자로 활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981년 3월 7일에 급병으로 지휘를 취소한 클라우스 텐슈테트의 대역으로 북독일 방송 교향악단의 암스테르담 공연에서 말러의 <교향곡 제1번>을 지휘한 직후 심장 발작으로 타계했다.

이때의 3월 7일 연주는 당시 청중들에게는 잊지 못할 감동의 연주회였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이날의 연주가 음반으로 이미 발매된 바 있다.

콘드라신은 지휘 활동 외에 후진 양성을 위한 세미나나 마스터클래스 등도 활발히 진행했으며, 소련에서는 지휘법 교본이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분석집 등의 이론 서적들을 집필하기도 했다. 사후 인터뷰 자료 등 사적인 대화록 등을 담은 대담집도 출간되었다.

녹음은 망명 이전에 주로 멜로디야에서 제작했으나, 미국과 영국에서 공연하면서 RCA나 데카에도 소량 취입했다. 망명 후에는 주로 필립스와 음반 작업을 했으며, 실황 음원들도 필립스와 EMI, 일본의 알투스와 킹레코드 등에서 CD로 출반되고 있다.

콘드라신은 소련에서 활동하던 시절에는 말러의 스페셜리스트로서 평가가 높았으며,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도 정평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제4번>과 <제14번(사자의 노래)>의 초연을 담당하여 훌륭한 성과를 올렸던 일은 기억이 새롭다. 콘드라신은 모스크바 악파의 지휘자답게 전체적으로 중후하고 로맨틱한 맛이 짙은 표현에 그 특색이 있다. 레코드에서도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전집>(멜로디아)에서 그러한 그의 예풍을 단적으로 알 수가 있다.

또한 근대적인 구성력에도 뛰어나며, 그러한 밸런스의 우수성이 서방측에서 높이 평가받게 된 요인이 되었다.

망명 후의 레코드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번 - 신세계에서)>(런던),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필립스)가 대표적인 음반으로서 들 수 있는데, 그중에서 특히 <세헤라자데>는 스케일이 큰 명연이며 화려한 색채감과 여유가 있는 다이내미즘이 특징적이다.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6번 - 비창>도 훌륭한 연주인데, 차이코프스키의 창백한 감상으로 해석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건강하고 정력적으로 연주한 것이 특색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그밖에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와 협연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드 코간과 협연한 프로코피에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와 협연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등이 정평 높은 명연들이다.

키릴 콘드라신은 거장의 예술 영역에 발을 내딛기 시작한 시점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는데 그의 무한한 활동이 기대되던 시점에서 유명을 달리한 것이 참으로 애석하기 짝이 없다.


■ 앨범

01. Tchaikovsky - Piano Concerto No 1; Rachmaninov, Kabalevsky / Cliburn, Kondrashin, Moscow Po
         Moscow Philharmonic Orchestra,
         Kiril Kondrashin, Conductor,
         Van Cliburn, Piano


02. Rachmaninoff - Piano Concerto.No. 3; Prokofiev - Concerto No.3 / Kondrashin, Hendl, Cliburn
         Chicago Symphony Orchestra, Symphony of the Air,
         Kiril Kondrashin, Walter Hendl - Conductor,
         Van Cliburn, Piano


03. Rachmaninov - Piano Concertos 2 & 3 / Ashkenazy, Kondrashin
         London Symphony Orchestra, Moscow Philharmonic Orchestra,
         Kiril Kondrashin, Anatole Fistoulari - Conductor,
         Vladimir Ashkenazy, Piano


04. Prokofiev - Piano Concerto No 3 / Kondrashin, Janis
         Moscow Philharmonic Orchestra,
         Kiril Kondrashin, Conductor,
         Byron Janis, Piano


05. Khachaturian - Masquerade Suite; Kabalevsky / Kondrashin
         RCA Victor Symphony Orchestra,
         Kiril Kondrashin, Conductor


06. Brahms - Violin Concerto, Double Concerto / David Oistrakh, Mstislav Rostropovich, Kyrill
         Moscow Philharmonic Orchestra,
         Kiril Kondrashin, Conductor,
         David Oistrakh, Violin,
         Mstislav Rostropovich, Cello


07. Shostakovich - 15 Symphonies / Kyrill Kondrashin
         Moscow Philharmonic Orchestra,
         Kiril Kondrashin, Conductor


08. Myaskovsky - Symphony No 6 / Kirill Kondrashin, Yurlov Choir
         Russian State Academic Symphony Orchestra,
         Russian State Academy Chorus,
         Kiril Kondrashin, Conductor


09. Balakirev, Kalinnikov - Symphony No 1 / Kondrashin, Et Al
         Moscow State Symphony Orchestra,
         Kiril Kondrashin, Conductor


10. Tchaikovsky - Capriccio Italien; Rimsky-Korsakov / Kondrashin
         RCA Victor Symphony Orchestra,
         Kiril Kondrashin, Conductor,
         Oscar Shumsky, Violin


11. Dvorak, Glazunov, Kabalevsky / Oistrakh, Kondrashin, Et Al
         USSR State Symphony Orchestra,
         Kiril Kondrashin, Dmitri Kabalevsky - Conductor,
         David Oistrakh, Violin


12. Glinka - Ruslan And Ludmilla / Kiril Kondrashin, Et Al
         Bolshoi Theatre Chorus, Bolshoi Theatre Orchestra,
         Kiril Kondrashin, Conductor,
         Vera Firsova, Vladimir Gavryushov, Elena Korneyeva,
         Alexei Krivtchenia, Sergei Lemechev, Georgi Nelepp,
         Ivan Petrov, Nina Pokrovskaya, Eugenia Verbitskaya


쟈료 출처 : 음악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