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네스트 앙세르메(Ernest Alexandre Ansermet, 1883~1969)
스위스 태생의 지휘자.
스트라빈스키는 그의 <자서전> 가운데서 "앙세르메의 진가는 오늘 날의 음악과 과거의 음악과의 관계를 정확하고 순수하게 음악적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는 그 역량에 있다"라고 말했다.

앙세르메는 분명히 말해서 과거의 음악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레음악이나 프랑스 근대 작품에서 보인 연주들은 오늘날까지도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그 까닭은 위에 스트라빈스키가 말한 바로 그의 역량 때문인 것이다.

에르네스트 앙세르메는 1883년 11월 11일, 제네바 호반 동쪽의 비비에라는 소도시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부가 음악가였기 때문에 그는 어려서 부터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랐다. 그리고 5세 무렵부터 피아노 공부를 시작했는데, 정작 학교에 들어가서는 수학에 빼어난 재능을 보여 그 방면에서 신동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 이유로 그 자신도 수학자의 길을 택해 로잔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파리 소르본느 대학과 파리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면서 한편 미술, 철학을 공부했다.

또 음악 공부를 위해 파리 음악원에도 입학하였다. 그리하여 1903년 이학사(理學士)를 취득하여 고향 비비에로 돌아와서 수학교사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음악 공부도 계속하였는데 스위스의 작곡가 에르네스트 블로흐, 오토 발브랑에게 사사하였다. 그는 당시의 스위스에서는 음악으로 입신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수학을 본업으로 삼았지만 역시 언젠가는 음악가가 되고자 결심했다.

1910년, 앙세르메가 고대했던 기회가 왔다.
그는 몽퇴르의 클루자르 콘서트에서 베토벤의 <제 5 번 교향곡 - 운명>을 지휘하며 데뷔했는데, 그것이 아주 좋은 평가를 거두었기 때문에 드디어 지휘자가 될 결심을 했던 것이다. 그뒤로 이 연주회를 5년 동안 지휘하다가 제1차 세계대전으로 말미암아 콘서트는 중지되었다.

당시 스위스에 머무르고 있던 스트라빈스키와 알게 된 것은 바로 이 무렵이며, 앙세르메 자신의 <회상록>에 의하면 1912년으로 되어 있다. 1915년, 앙세르메는 제네바의 아봉네망 콘서트를 정기적으로 지휘하게 되었는데, 같은 해 봄에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러시아 발레단>의 제네바 공연도 지휘했다.

물론 스트라빈스키의 소개에 의한 것인데, 이때부터 앙세르메와 디아길레프의 관계가 시작되었다. 당시 디아길레프는 발레 사상 최고의 프로듀서였다. 그는 이때부터 앙세르메를 높히 평가하고 1915년에는 남, 북 아메리카와 스위스 순회공연때 지휘를 그에게 맡겼다.

그러다가 1918년에 <발레 뤼스>의 상임지휘자였던 피에르 몽퇴가 보스턴 교향악단으로 옮겨 가자 앙세르메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렇게 하여 앙세르메의 <발레 뤼스> 시대가 시작되었는데, 그는 1915년부터 통산하면 15년 동안이나 이 발레단과 일했고, 1929년 디아길레프가 별세하고 그의 발레단이 해체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따라서 앙세르메가 초연한 발레곡도 많으며 그 중에는 스트라빈스키의 <병사의 이야기>, 팔랴의 <3각모자(三角帽子)> 등 명작들도 들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서는 <발레 뤼스>에서의 앙세르메의 업적보다는, 1918년에 그가 스위스 로망드 관현악단(Orchestre de la Suisse Romande)을 창설하고 스스로 음악감독이 되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이 악단이 <발레 뤼스>의 상임지휘자를 맡던 해에 이룩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인데, 앙세르메는 실로 10년 이상이나 두가지 일을 병행시켰고, 그뒤 1968년 가을에 상임의 지휘를 물러날 때까지 바세기 동안이나 이 오케스트라의 육성에 진력했다.

스위스 로망드 관현악단의 성립 과정에서 당초부터 재정적인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1938년 로잔느 방송관현악단을 흡수하면서는 급속히 발전하여 유럽 제1급의 악단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이 오케스트라는 앙세르메가 50년 동안 지휘하고 훈련했기 때문에 바로 <앙세르메의 악기>라고 말할 수 있다. 로잔느 오케스트라를 흡수할 때 그 상임지휘자였던 에드몬드 아피아가 잠시 부지휘자로 있었을 뿐이다.

1967년, 앙세르메가 은퇴한 뒤에는 파울 클레츠키가 상임지휘자의 자리를 승계하였다.그러나 클레츠키는 1969년에 사임하였고 1971년부터는 자발리쉬가 상임지휘자로 취임하여 악단을 이끌었다. 아무튼 스위스 로망드 관현악단은 앙세르메가 지휘할 당시에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였다. 누구든지 반세기 동안이나 동일한 악단을 지휘하면 오케스트라의 구석구석까지 다 알아 버려서 자기의 손발처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예로는 멩겔베르크와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관현악단과의 관계밖에 없었고, 오먼디와 필라델피아 관현악단의 관계 정도밖에 근사한 예를 찾기가 어렵다.

그리고 앙세르메의 활동은 그의 거점이었던 스위스 로망드와 <발레 뤼스>에 국한되지 않고 해외에서의 객원지휘도 많이 했다. 레코드도 파리음악원 관현악단, 코벤트 가든 왕립가극장 관현악단, 뉴욕 필하모니 관현악단 등을 지휘하여 녹음한 것도 있다.

앙세르메의 콘서트 지휘자로서는 1923년부터 남아메리카, 1934년부터 미국에서 활약했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베를린 필하모니의 객원지휘자로서도 활약한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1947년부터 토스카니니의 초청으로 NBC교향악단을 자주 지휘했는데 그 호평으로 미국의 다른 일류 교향악단도 객원지휘했다. 스위스 로망드를 은퇴한 후에도 이러한 객연(客演)은 계속되었으나 1969년 2월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향년 85세를 일기로 그 생애를 마쳤다.

앙세르메가 뉴 필하모니아 관현악단을 지휘한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레코드에 그의 연습실황을 녹음한 레코드가 함께 곁들여 있다. 그것을 들어 보면 앙세르메는 곡 전체를 파도처럼 유동시켜 스스로도 그 속에 몰입하는 타입의 지휘자는 아니다. 냉철하게 스코어를 해독하고 아무리 장대한 곡이라도 근본적으로는 작은 마디나 음형의 집적에 불과하다는 원칙을 철두철미하게 실행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단원들에 대한 주의나 요구는 세심정확하고 오랜 경험에서 얻어진 품격으로써 학생에게 강의하듯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이끌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앙세르메의 연주가 부분적인 조탁과 정확한 박자감, 그리고 항상 리듬을 우선으로 다루는 표정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앙세르메는 발레적인 음악성을 지녔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게다가 그와 같은 음악성을 형성함에 있어서 그가 수학자였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앙세르메의 레코딩 레퍼토리는 방대하다.
그것은 오먼디나 카라랸에 견줄 만한 것인데, 그 목록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한 권의 책이 될 것이다. 스위스 로망드를 지휘한 레코드에 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거기서 나온 모드 연주들이 수준급 이상의 연주라는 것도 사실이다. 앙세르메만큼 개성적이고 그것을 일관되게 견지해 온 지휘자도 그리 많지는 않다.



■ 앨범

01. Earnst Anersmet - Decca Recordings 1953-1967
         Suisse Romande Orchestra,
         Ernest Ansermet, Conductor


02. Berg, Stravinsky - Violin Concertos / Ansermet, Ferras, Et Al
         Suisse Romande Orchestra,
         Ernest Ansermet, Conductor,
         Christian Ferras, Violin


03. Franck Martin - Concerto For 7 Winds, Etc / Ansermet, Munchinger
         Lausanne Union Chorale,
         Lausanne Womens Chorus,
         Stuttgart Chamber Orchestra,
         Suisse Romande Orchestra,
         Ernest Ansermet, Karl Munchinger - Conductor,
         Wolfgang Schneiderhan (Violin)
         Ursula Buckel (Soprano), Marga Hoffgen (Alto)
         Ernst Haefliger (Tenor), Pierre Mollet (Bass)
         Jakob Stampfli (Bass)


04. Stravinsky - Ballets, Stage Works, Orchestral Works /Ansermet
         Geneva Motet Choir, Lausanne Radio Chorus,
         Lausanne Youth Chorus, Suisse Romande Orchestra,
         Suisse Romande Orchestra members,
         Ernest Ansermet, Conductor


05. Symphonies, Etc / Ansermet, Suisse Romande
         Suisse Romande Orchestra,
         Ernest Ansermet, Conductor


06. .Berlioz - Les Nuites D'ete; Ravel - Sheherazade / Crespin, Ansermet, Et Al
         Suisse Romande Orchestra,
         Ernest Ansermet, Conductor,
         Regine Crespin (Soprano)


07. Tchaikovsky - Swan Lake; Prokofiev - Romeo & Juliet / Ansermet
         Suisse Romande Orchestra,
         Ernest Ansermet, Conductor


08. Tchaikovsky - Rococo Variations / Gendron, Ansermet, Et Al
         Suisse Romande Orchestra,
         Ernest Ansermet, Conductor,
         Maurice Gendron (Cello)
         Jean Francaix (Piano)


09. Schumann, Beethoven - Piano Concertos / Ansermet, Haskil, Et Al
         Suisse Romande Orchestra,
         Ernest Ansermet, Conductor,
         Clara Haskil (Piano)


10. Mozart - Jupiter Symphony; Stravinsky / Ansermet, Et Al
         Walter Staram Orchestra,
         Suisse Romande Orchestra,
         Ernest Ansermet, Conductor,
         Jacqueline Blancard, Igor Stravinsky (Piano)


쟈료 출처 : 음악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