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와 교향곡 25번

모차르트의 나이 불과 17세인 1773년은 자신의 교향곡 작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 해로 기록된다. 이 해는 그의 교향곡 작곡에 있어서 큰 변화를 보여주는데 그 변화는 이탈리아적인 교향곡 작곡에서 오스트리아적인 성격으로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모차르트 특유의 독자적인 영역으로의 변화를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하이든 연구로 유명한 음악학자 랜든(Robins Landon, 1926~ , 미국)은 이 해에 모차르트의 교향곡 양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이전의 교향곡에서는 이탈리아나 빈을 다녀온 영향을 보이고 있으나, 1773년에 작곡된 25번 교향곡에서는 모차르트 자신의 독자적인 경지를 나타내기 시작한다. 특히 이 당시에는 음악의 새로운 움직임이 있었다.

그것은 계몽주의의 반동으로 강렬한 감정을 의식적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문화계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정신 운동, 즉 ‘질풍노도(Sturm und Drang)’의 영향을 말하는 것으로, 음악에 있어서는 극적인 비창한 정서 표현의 추구와 단조의 편애, 밀도 짙은 주제나 동기의 표출, 중요한 전개부의 확대 등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이미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이 1772년부터 도입하고 있었으며, 모차르트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런 영향 아래 쓰인 25번 g단조 교향곡은 조성이 주는 피할 수 없는 슬픔과 비감이 마치 오열하는 것과 같아, 듣는 이로 하여금 요절한 천재의 비운을 짐작케 한다. 또한 모차르트는 그의 50여 곡의 교향곡을 통틀어 단 두 곡의 단조 교향곡을 남기고 있는데, 하나는 그 유명한 교향곡 40번 g단조이고 다른 하나는 이보다 훨씬 앞선 25번이 그것이다. 그래서 흔히 25번을 ‘작은 g단조’라고 한다. 이런 25번 교향곡은 전작과는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판이하게 다른 놀랄 만하게 발전한 것으로 특히 17세 소년의 작품임에도 마치 죽음을 예감하는 듯한 질주하는 슬픔이 배어 있다.

앨버트 아이슈타인의 육촌 동생인 음악학자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이 곡을 ‘기적’과 같은 작품이라 칭송하였다.
또한 그 시대에는 소위 수난 교향곡은 항상 단조로 쓰였고 g단조 교향곡에서 발견되는 모든 것은 ‘감람산이나 십자가에 대한 경건한 생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완전히 모차르트 개인적인 고뇌의 체험’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이런 새로운 정신이 모든 악장에 걸쳐 명시된 최고의 역작이라고 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볼 때 이 교향곡 25번은 이색적인 조재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1악장 싱커페이션(syncopation)에 의한 비극적인 주제의 인상적임이 이 곡의 성격과 모차르트 자신의 생애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여, 듣는 이에게 더욱 많은 감흥을 남긴다.

그런데 왜 하필 단조였던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원래 모차르트 전작품의 조성의 수는 그리 많은 편은 사실 아니다. 또한 고전파 시대에는 단조를 좀처럼 사용하지 않은 것이 통례였다. 그러나 하이든은 그의 교향곡이나 피아노 3중주에서 단조의 사용, 조성 선택에 있어 모차르트보다는 덜 금욕적이었다. 그리고 당시 단조를 쓰지 않던 이유는 연주시 변화기호가 많은 악보를 꺼려했기 때문이고 특히 악보 출판에 있어 판매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했다.

모차르트가 이런 단조를 쓰지 않은 이유는 사실 본인의 탁월한 능력 탓이었다.
모차르트에게는 한정된 조성의 범위에서도 천변만화라는 음악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한정된 조성 속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무리하게 벗어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모차르트가 남긴 단조 작품에서는 흔히 자신의 고뇌나 동경을 짙게 반영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낭만주의자가 흔히 개인적인 감정을 음(音)으로 고백하력 했던 것과 같은 달리 자신의 외부에 있는 추상적인 비극에 감정을 이입한 것이라고 하겠다.

하이든 연구가인 라르센(Jens Peter Larsen, 1902~1988, 덴마크)에 따르면 g단조 조성은 하이든이 사용하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그냥 사용했을 것이라고 하면서 하이든 교향곡 39번 Hob. 1:1 g단조와의 연관성을 들고 있다. 두 곡 모두 조성과 주제가 유사할 뿐 아니라 4대의 호른을 사용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라르센은 ‘이 교향이 심리적으로 매우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당시 가장 흥미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하여튼 이 곡은 단조의 조성을 바탕으로 한 비애감과 어두운 격정을 표현하는 천재 작곡가의 걸작으로, 이 곡을 듣노라면 가슴속의 무언지 모를 뜨거운 뭉클거림을 전해 주는 명곡이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 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