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명연주 이야기
카자드쉬(Robert Casadesus)는 프랑스 출신의 피아니스트로 주로 라벨, 드뷔시 등 프랑스 근대 작품 연주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가 1960년대 조지 셀(George Szell)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일련의 모차르트 협주곡은 신고전주의적 전통의 모차르트 전형을 제시한 것으로 명성이 높으나 어찌된 일인지 이런 카자드쉬 연주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가 남긴 모차르트 협주곡 녹음은 12, 15, 17, 18, 20-24, 26, 27번 그리고 그의 부인 가비(Gaby Casadeses, 1901~1999)와 함께 연주한 ‘ 두 대 피아노 협주곡’ K.365이다. 협연은 조지 셀이 지휘하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인데 가끔 컬럼비아 심포니라는 표기도 있어 혼란을 주기도 하나 이것은 계약 관계상의 문제로 실제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로 추정된다.
그리고 두 대 피아노 협주곡에는 조지 셀이 아닌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오먼디(Eugene Ormandy)가 반주를 하고 있다.
이런 카자드쉬의 연주는 어느 곡이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특히 21, 23, 26번<대관식(Kronung Konzert)> 그리고 27번의 연주가 주목할 만한 연주로 평판이 높다. 그러나 이 중 24번이 연주는 아주 특이할 만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그 유명한
하스킬(Clara Haskil. 1895~1960, 루마니아)의 것을 능가하는 면을 갖춘 정말로 훌륭한 연주이다.
연주는 먼저 조지 셀의 그윽하고 묵직한 현악 파트의 정갈함이 돋보인 반주가 단연 전편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하스킬의 반주를 맡은 마르케비치(Igor Markevich, 1912~1983)의 허술한 구성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완벽한 구성의 고전적 향기가 가득하다. 다만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음악적 순수함을 기초로 하고 있어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자세히 귀 기울여 보면 그 섬세한 감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깨끗한 음색의 피아노가
단조 협주곡의 적막한 면도 한껏 살리고 있어 그 맛이 각별한데, 이런 것이 극명하게 드러난 곳은 단연 2악장 라르게토(larghetto)의 한없는 아름다움의 노래이다. 다른 연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막힌 섬세함이 고독하게 하늘거리듯 절절히 노래하고 있다. 또한 질박하게 꼭 짜여진 셀의 관현악이 피아노와 이상적인 조화로 진정한 모차르트의 낭만적 필치를 이루며 감명적인 음악을 만들고 있다.
전체적으로 다소 피아노 터치가 여리기는 하지만 섬세한 표현력과 관현악의 풍부하고 완벽한 대응이 이를 충분히 보완하고도 남음이 있다. 결국 단조 곡이 갖는 분위기 면에서는 다소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종합적인 음악적 완성도라는 면에서는 놀라운 감흥을 선보이고 있는 멋진 연주라 할 것이다.
참고로 카자드쉬는 여기 소개된 1961년 연주 말고도 1940년 비고트(Eugene bigot, 1888~1965)지휘 파리 음악원 관현악단과의 연주와 1954년 셀과의 모노 연주 그리고 1956년 미드로풀로스(Dimitri Mitropoulos, 1896~1960)와의 잘츠부르크 실황 연주도 남겨 놓고 있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 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