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명연주 이야기

1957년 음반 산업은 스테레오(Stereo)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에 칼 뵘(Karl Bohm)은 이듬해인 1958년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사와 계약을 맺게 된다.

당시 DG사가 가용할 수 있는 최고 기량의 악당 중에는 베를린 필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있었는데, 빈 필하모닉은 데가(DECCA)사와 계약이 되어 있는 터라서 뵘은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여러 녹음을 남기게 된다. 이 중 모차르트 교향곡 전집과 슈베르트 교향곡 전집이라는 레코드사의 기념비적인 녹음이 포함되게 되는 것이다.

뵘은 이미 1947년 빈 필하모닉과 모차르트 교향곡 25번의 sp녹음을 남기기도 하였지만 현재는 폐반되어 현재 남아 있는 것으로는 여기 1968년의 녹음이 유일한 것이 되는 셈이다(지금 듣고 있는 곡들은 1978년에 녹음한 것으로서 스테레오 녹음이 된 것임).

이 25번 녹음은 앞서 말한 1858~68년 이루어진 교향곡 전집 중에 일부인 것으로, 그는 1970년대 빈 필하모닉과 다시 교향곡 38, 39, 40, 41번 녹음을 남겼고,1980년대에는 29, 35번 녹음을 남겼으나, 이 25번은 다시 녹음을 하지 않았다. 아마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녹음에 만족하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칼 뵘의 연주는 유명한 제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allegro con brio)부터 그의 위대함이 짙게 전해진다.
듣는 이의 가슴에 가장 잘 와 닿은 적절한 템포와 감성적인 품격의 분위기, 그러면서도 밑바닥으로부터 전해지는 슬픔의 그림자는 무언지 모를 가슴 뭉클함을 주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뵘이 빚어내는 정연한 숨결이 가슴 깊이 남는 너무도 감동적인 1악장의 연주라 할 것이다.
이런 1악장의 감흥을 가라앉히기라도 하듯이 2악장 안단테(andante)는 차분함을 잔잔하게 전한다.
그리고 3악장 미뉴에트(minuet)에서는 어두운 아름다움이 잘 나타나 있고, 4악장 역시 격조 높은 울림으로 곡을 잘 마무리하고 있다. 특히 연주를 담당한 베를린 필하모닉의 완벽한 합주력은 감칠맛까지 겸비하여 더할 나위 없는 최고 수준을 유지한다.

이 곡은 단조 곡으로 모차르트 내면의 잠재된 비애를 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특히 1악장에서 더욱 두드러져 뵘은 매우 느린 템포 속에서도 긴장감을 겸비한 비통한 표정을 아주 차분하고도 밀도 높게 그려내어, 듣노라면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슬픔을 경험한다.

이에 반해 발터(Bruno Walter, 1876~1962, 독일) 연주의 경우(SONY, 1954년)는 엄청 빠른 템포(뵘보다 배나 빠른)로 격정의 극적인 슬픔을 묘사한다. 발터의 연주 들어보기
이런 발터의 연주 역시 잊지 못할 연주로 평가되지만 필자 개인으로는 뵘의 지지한 감흥이 모차르트가 추구한 이상적인 모습에 더욱 가까운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기에 뵘의 연주를 이 곡 최고의 연주로 낙점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뵘의 모차르트 교향곡 25번은 격조 높은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음악적 흐름을 잘 유지하고 있고, 그 정갈하고 정치한 멋을 통한 고귀한 슬픔의 아름다움으로 이 곡의 진정한 의미를 드러낸 탁월한 연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 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