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개설 및 배경

  평생 폴란드를 사랑한 쇼팽이, 마지막으로 폴란드를 떠나기 두 달 전 1830년 9월에 이곡이 완성되었다.
작품번호는 11번으로 되어있지만, [피아노 협주곡 2번 op.21] 이 먼저 완성되고, 이 1번이 오히려 두번째로 작곡되었다. 순서가 뒤빠뀐 것에 대해서는 그리 큰 의미가 필요하지 않을듯 싶고, 단지 출판의 순서상 번호가 정해졌을 것이란 추측이다.
허나 개인적으로 의미를 굳이 부여하자면 쇼팽자신은 협주곡 2번에 더 애착을 가졌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해본다. 쇼팽이 가장 처음만든 협주곡이기도 하고 첫사랑의 여인 콘스탄티아 그라도코프스카에 대한 사랑을 애절히 표현한 곡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번 협주곡의 초연은 바르샤바에서 쇼팽 자신이 했었는데, 이 연주회가 쇼팽의 고별 연주회였다고 한다.
이 작품은 피아노의 순수한 음을 살려 그것에 시의 생명을 불어넣은 쇼팽의 명작으로, 쇼팽의 로맨틱한 생명력과, 피아노를 종횡으로 구사하는 탁월한 수완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다.

이 곡을 작곡할 때쯤에 십대의 쇼팽은 바르샤바 음악원 성악과 여학생인 콘스탄쩨 글라드코브스카(Konstanze Gladkowska)를 남몰래 사모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쇼팽은 섬세한 내면을 지닌 내성적인 청년이었고, 끝내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였다. 고민 끝에 그는 차라리 그녀 곁을 영원히 떠나리라 마음먹고 20세가 되던 1830년에 세계 여행길을 오르며 10월 11일 고별연주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작곡하면서 그가 친구에게 썼던 편지에는 그의 괴로웠던 심사가 솔직하게 드러나고 있다.

"새 협주곡의 아다지오악장은 E-단조일세.
이 악장에서 어떤 힘이 담겨있는 위력을 보여주려고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조용하고 멜랑콜리적인 로망스를 나타내려고 했네. 이 로망스는 수많은 달콤한 기억들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장소를 부드러운 눈길로 자아내는 것 같이 표현하며, 아름다운 달빛찬란한 어느 봄날밤에 꿈을 꾸듯이 나타내야만 하네. 그렇기 때문에 반주도 역시 약음기로 연주한다네."

"나는 이상형을 만났어, 그러나 아무런 감정도 표현하지 않은 채 벌써 6개월전부터 내 마음을 주고 있지. 나는 그녀에 대한 꿈을 꾸지. 그리고 그녀에 대한 인상속에서 나의 새 협주곡의 아다지오악장이 탄생했다네.

[...] 한 사람을 압박하고 있는 무거운 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야.
내가 무엇을 암시하고 있는지 자네는 알고 있을 것이야. 그럴 때면 나는, 자네에게 가끔씩 얘기하기도 했지만, 피아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곤 하지."

곡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e단조 3/4박자
  형식은 모차르트가 확립한 고전 협주곡의 제1악장 형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제1주제의 전반은 바이올린이 f로, 후반은 같은 바이올린이 p로 부드럽게 연주합니다.
제2주제는 현이 연주하는 E장조의 칸타빌레로 이 선율이 몇 번이고 되풀이 된 후 다시 제1주제가 나타나면서 피아노의 독주를 유도합니다.

피아노는 처음부터 기교적으로 꾸며가고 제1주제를 화려하게 연주하고 제2주제도 같은 방법으로 연주한 후 관현악합주로 제시부가 끝납니다.

전개부는 C장조이며 피아노가 제1주제의 후반부를 다루는 것으로 시작되어 위의 주제들이 피아노의 중음, 스케일, 아르페지오 등으로 여러 가지로 전조하며 화려하게 전개된 후 다시 전합주에 의한 재현부가 되는데 제1주제 전반이 관현악에 의해 제시되면 그 후반은 피아노가 담당하고, 제2주제의 재현은 독주 피아노에 의해 G장조로 이루어지고 마지막에 찬란한 기교를 발휘한 피아노에 의한 아다지오를 지나 제1주제의 처음 악상에 의한 코다에 이르고 관현악의 전합주로 곡을 끝냅니다.

제2악장 로만테 라르겟토 E장조, 3/4박자.
  로망스(Romance)라는 타이틀을 가진 2악장은 개개인의 깊은 내면세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악장에 대한 쇼팽 자신의 심정을 밝히고 있는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낭만적이고 조용하며 약간 우울한 마음으로 작곡했다. 즐거웠던 많은 추억을 환기시키는 곳을 바라 보는 듯한 인상을 가져야 한다. 이를테면 아름다운 봄날의 달 밝은 밤 같은..."
곡은 녹터언풍의 성격을 가진 우아한 곡으로 약음기를 단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pp의 짧은 서주에 이어 피아노가 칸타빌레의 주제를 연주합니다. 주제는 두 부분으로 되 있으며 그 후반은 B장조로 되어 있는데 주제가 모두 노래되면 바이올린에 의한 2마디의 간주를 거쳐바로 주제 첫머리 부분이 장식을 새로이 하여 다시 피아노에 의해 연주되고 이어서 아지타토의 중간부에 들어가며 강한 음으로 c#단조의 약간 어두운 새 주제가 나타나고 이것이 끝나면 주제 후반이 G#장조로 꾸밈을 복잡하게 하요 돌아옵니다.

최후에 전합주가 연주하는 서주부와 같은 모양으로 코다에 이르고 이와 더불어 음계와 아르페지오로 된 3잇단음표의 경쾌한 움직임이 이것을 꾸미면서 조용히 연기처럼 사라져 갑니다.

제3악장 론도 비바체 E장조, 2/4박자.
  발랄하고 우아하며 고상한 론도로 이 악장은 모차르트가 다시 온 느낌을 줍니다.
전합주에 의한 서주부에 이어 피아노가 론도의 지1주제를 스케르짠도로 유도합니다. 이것은 8마디의 경쾌한 선율을 기초로하여 몇번이고 반복되고 이어서 피아노가 새로운 선율의 에피소드를 연주한 후 피아노가 리드미컬한 A장조의 제2주제를 제시합니다.

그리하여 조급한 에피소드에 들어가며 다시 제1주제가 나타나고 제2주제를 지나 마지막에 화려한 코다가 되고 피아노가 연주하는 3잇단음표의 음계적 진행으로 끝을 맺습니다.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세광음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