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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ata 제12번(장송 행진곡) Ab 장조 Op. 26
베토벤 전문 연구가인 노테봄이 베토벤의 스케치 노트를 검토한 바에 따르면 작곡연대는 1800년부터 악장별로 작업을 시작하여 1801년에 완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1악장을 착상한 것은 이미 1795~96년부터였고, 이때의 스케치는 B단조의 조성으로 나타나 있다고 봅니다.

노테봄의 말대로 마지막 악장이 처음부터 이 소나타에 맞춰 작곡된 것이 아니라면, 이런 모습이 갖춰진 것은 적어도 1801년에 와서야 가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곡은 4악장으로 구성되며 소나타 형식의 악장은 하나도 없습니다. 1악장은 변주곡, 3악장은 "장송행진곡" 2악장은 짧은 스케르쪼이지요. 이들을 한데 모아 소나타로 엮을 계획이 아니었다는 것은 이 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묶어 이례적인 소나타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서 베토벤의 실험적인 창작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1800년 무렵을 경계로 하여 베토벤의 여러 작품에서 나타나는 대담한 발상이 피아노 소나타 분야에서 먼저 느껴진다고 하겠습니다. 3악장에 대해서는 당시 파에르(1771~1839)의 오페라 [아킬레스]에 나오는 '장송 행진곡'이 인기를 끌자 베토벤이 거기에 자극을 받아 썼다는 설이 리스와 같은 이들의 증언 때문에 일반화되었습니다.
그러나 노테봄은 [아킬레스]의 빈 초연이 이 소나타의 작곡보다 나중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들어 이를 부정하였습니다. 자필악보는 베를린 국립 도서관에 보존되어 있다. 이 곡은 1802년 3월, 빈의 카피 사에서 출판되었습니다.
Sonata 제13번(환상곡 풍의 소나타) Eb 장조 Op. 27-1
4개의 악장은 attacca로 모두 연결되어 있어 부제인 "환상곡 풍의 소나타"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전체가 하나의 환상곡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곡에서는 친밀한 소박함이 느껴지는 1악장에서 부터 4악장의 팽팽한 생동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악상이 전통적인 악장 배열을 따르지 않는, 소나타로서 흔치않은 구조 안에서 전개되고 있지요.

Sonata quasi una fantasia (환상곡풍의 소나타)이라는 운치 있는 표 제가 붙어 있는 이 곡은 표제 그대로 부드럽게 표현되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J.S.바흐의 평균율곡집이 피아노음악의 구약이라면 베토벤의 32개 소나타는 신약이라더군요. 그만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음악전공자 뿐 아니라 감상자들에게도 한곡한곡이 보석같이 고귀한 예술작품입니다.

베토벤의 소나타를 모방의 시기--구체화의 시기--명상의 시기의 3기로 나눌 때 op.27의 Eb장조 소나타는 제 1기의 소나타에 속합니다. 하이든과 모짜르트로 부터 전해 내려온 고전주의를 모방하는 시기이면서도 그 감성이 죽순처럼 자라나며 제어할 길 없는 자유로움을 표출하는 베토벤의 천재성이 잘 드러나는 곡입니다.

작품번호 27에 속하는 두 곡은 1악장에서 소나타-알레그로 형식을 쓰지않았는데 op.27-1이 바로 이 Eb장조의 소나타이고 op.27-2가 바로 그 유명한 <월광> 소나타입니다.
그 두 곡의 소나타 각각의 앞머리를 보면 '환상곡 풍의 소나타(Sonata quasi una Fantasia)'라는 부제를 붙여놓았는데 <월광>소나타가 그래도 악장구분을 갖춘 소나타다운 소나타라면 op.27-1의 소나타는 편안함과 약동, 심각함과 묵직함, 다시 약동과 다시 묵직함이 교차되면서 짧은 약동으로 끝맺는 절대 소나타같지 않은, 정신 없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환타지입니다.

1악장은 a - b - a'의 간단한 형식으로써 Andante - Allegro - Tempo I.(Andante), 2악장은 빠르고 날렵하지만 왠지 묵직한 부분으로써 이 곡의 분위기와는 하나도 안 맞는 듯 느껴지지만 의미 있는 부분이죠. Molto Allegro e Vivace악장입니다. 3악장의 서두는 베토벤 분위기 특유의 엄중한 느린 장조, (플랫이 많이 붙은!) 브릿지를 거쳐 곧바로 발랄한 분위기로 이어져서 곡의 끝맺음 전에 또 한번 전조된 Tempo I.을 이용해 엄중한 장조를 살립니다. Adagio con espressione - Allegro Vivace - Tempo I.(Adagio) - Presto의 제법 복잡하지만 응축력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Sonata 제16번 G장조 Op. 31-1
작품 31은 1801년부터 1802년 사이에 작곡되었습니다.

작품 31의 3곡은 한스 게오르그 내겔리 Hans Georg Naegeli 출판사에서 1803년에 먼저 사장조와 라단조를 출판하고, 내림 마장조는 후에 비창과 함께 출판하였으나 처음의 두 곡은 후에 짐록사에서 따로 출판하였는데 이유는, 내겔리사에서 1악장의 끝부분 4마디를 임의로 수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3곡 모두가 함께 출판된 것은 1805년입니다.

베토벤은 이 곡을 내놓을 무렵 "나는 지금까지의 작품에 만족하지 못한다. 앞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다" 라는 말을 했다고 제자인 체르니가 전했는데, 이 진술이 이 3곡의 소나타들과 직접 연관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어쨌든 이 후에 등장한 발트슈타인이나 열정 등의 소나타를 보면 베토벤이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곡이 완성될 무렵인 1802년에는 그의 귓병이 악화되어 그 해 여름에 하일리겐시타트에서 전지 요양을 하던 때입니다.
그가 자살까지 하려고 유서를 썼던 때였으니만큼 정신적인 고뇌도 컸다고 볼 수 있지요. 그래서 일까요? 이 3곡은 누구에게도 헌정되지 않았습니다

Op. 31의 세 곡은 그의 초기의 피아노 소나타의 총결산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 곡은 고전적인 명쾌한 구성에 내용도 밝고 우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