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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조영남 노래 그리고 인생

조영남씨(66)는 스스로를 ‘지공선사’라 부른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노인이 됐다는 뜻이다.

음반시장이 얼어붙어 아이돌그룹도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새 앨범을 내길 꺼리는 요즘, 조영남씨가 김희갑·양인자씨 부부가 만든 신곡 12곡을 담아 <남자, 조영남 그리고 인생>이란 새 앨범을 선보이며 30일 기자들과 만났다.

“45년 가까이 가수생활을 했지만 그동안 유명한 작곡가와 인연이 없었어요.
그러니 히트곡도 드물 수밖에… ‘잊혀진 계절’ ‘사랑의 미로’ 등도 처음에 내가 부르려다 거절한 곡들이거든. 그런데 이제야 대한민국 최고의 작곡·작사가 커플이 나만을 위해 멋진 곡을 12곡이나 만들어줘서 아직도 얼떨떨하기만 해요.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이 앨범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8년 전, 조영남씨의 친구이자 ‘아마도 빗물이겠지’로 197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이상열씨가 이 앨범을 제작하겠다고 나섰다. 정작 조영남씨는 가사도 유치하고 곡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조영남씨에게 이씨는 꾸준히 설득하고 보챘다. 올해 초 조영남씨는 다시 그 노래를 듣고서 “정말 근사하고 아름다운 곡들”이라며 뒤늦게 감동, 음반 발매에 의욕을 보였다.
“내가 심하게 아프고 난 후에 인생관이 바뀌어서 앨범을 냈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지만 모든 게 다 때가 있고 인연이 있는 것 같아. 50대인 8년 전엔 별로 와닿지 않던 가사들이 이젠 심금을 울리고, 김희갑 선생의 곡이나 연주도 너무 멋지게 들리더라고요. 그 어떤 가요에서도 찾지도 보지도 못한 독특하고 근사한 노래들이라고 자부합니다.”
‘절친’ 이상열씨가 기획하고,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김희갑·양인자씨 커플이 노래를 만들고, 신나라레코드가 제작·유통을 맡은 이 앨범은 그가 수십년 동안 맺어온 ‘우정’의 힘을 보여준다.

‘나는 신의 뜻을 알고 싶다’를 비롯, 12곡의 곡들은 오래 숙성된 포도주처럼 깊은 맛을 낸다.
이 앨범만이 아니라 그는 최근 ‘끈끈한 우정’ 덕분에 인생의 가장 화려한 시기인 ‘화양연화’를 구가하고 있다. 70년대 음악클럽인 ‘쎄시봉’의 동료들(송창식, 김세환, 윤형주)과 출연한 MBC TV <놀러와>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방송 출연 제의가 쇄도하고 2010년 12월 23, 24일 열리는 송년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까다롭다고 소문난 김민기, 이장희씨 등도 그의 전화 한 통이면 모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신기해한다.

“나이들수록 인생은 혼자 사는 게 아니란 걸 느껴요. 친구들과 더불어 웃고 떠들고 함께 울어주면서 서로 감사한 존재가 되는 것 같아. 요즘도 환갑이 넘은 김세환에게 ‘야, 막내야. 물 좀 떠와라’라고 심부름시키고, 매일 기체조를 하는데도 감기가 든 송창식을 놀리면서 키들거리지. 이 나이에도 아주 유치찬란하게 놀아요. 그게 나이들어서도 재미있게 사는 비결이에요.”
스스로 재미에 살고 재미에 죽는 ‘재미스트’라고 주장하면서도 조영남씨는 “그래도 이 앨범이 잘 팔려 친구 상열이가 망하지 않아야 할 텐데”란 현실적인 걱정을 했다. 나이의 힘이다.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