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명연주 이야기>
이 곡은 전 4악장이 그 어떤 연관성을 가지게 쉼이 없이 연주된다.
1악장은 정열정인 서주가 인상적인데 같은 시기에 쓴 교향곡 1번과 비슷한 면도 보인다.
2악장은 로망스(romanze)인데 작곡 당시의 상황을 말해 주듯이 아름다운 사랑이 떠오른다. 일견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을 연상케 하며 특히 오보와 첼로의 대화 같은 연주와 바이올린 솔로가 정겹다.
3악장은 스케르초로 요동치는 듯한 선율이 인상 깊다.
4악장은 그가 즐겨 쓴 느리고(langsam) 생기 있게(lebhaft)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예감이나 하듯이 불운한 한 천재가 격정과 광기를 분출하고 있다.
바로 이런 4번 교향곡의 숨겨진 묘미를 찾아내는 것은 바로 지휘자의 몫인 것이다.
우리는 푸르트벵글러가 남긴 연주를 통해 비로소 이 곡의 위대함을 맛보게 되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만큼 뛰어난 연주가 펼쳐진다. 푸르트벵글러의 미망인인 엘리자베스(Elisabeth)에 의하면, 푸르트벵글러 자신이 가장 만족한 연주 음반으로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The Great)〉, 하이든 교향곡 88번 〈V 자〉,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 그리고 바로 이 슈만 교향곡 4번을 들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만큼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한 슈만 교향곡 4번 연주는 확신에 넘쳐나고 있다. 더욱이 그만의 타고난 즉흥성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감정의 고조를 통해 곡이 지닌 진부함을 과감히 탈피, 이 곡을 대표하는 최고의 연주를 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1953년 연주는 그가 죽기 부로가 1년 전의 기록이자 곡이 초연 도니 지 바로 100년째 되는 해이다.
1악장 전개부부터 풍부한 감흥은 도도하게 흘러 듣는 이에게 압도적으로 다가서고 있으며, 중후함을 갖춘 유연한 흐름이 너무도 깊은 인상을 심어 주고 있다. 또한 3악장 스케르초는 독일적 중후함의 생기 넘치는 표현이 아주 일품이다. 전체적으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일궈 내는 현악 파트의 중후한 울림은 독보적인 감흥을 전해 준다.
바로 이렇게 푸르트벵글러는 곡이 가지는 빈약함을 박력적인 중후함과 정확한 표현력으로 극복하고 있다. 특별히 이런 가운데서도 슈만의 시정을 연상케 하는 탄력적인 유려함을 교묘하게 이입시키고 있어 마력적인 감흥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슈만 음악에 내재된 낭만성이 도처에 넘쳐나고 있어 마치 안개 속에서 피어오르는 동경의 세계에 다다르게 한 환상적인 연주이다. 작곡자 자신이 처음 표제로 생각했던 ‘교향적 환상곡’의 의미를 깊게 되새길 수 있는 것은 바로 푸르트벵글러가 남긴 연주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음질이 실황의 모노 녹음이지만, 이런 낡고 빛바랜 듯한 음색이 오히려 슈만 교향곡의 유약한 면을 감추는 효과가 있어 더욱 극적으로 들리게 하는 묘한 매력도 지니고 있다. 참고로 푸르트벵글러는 이 슈만 교향곡 4번의 녹음이 있던 해인 1953년 8월 루체른 축제 관현악단과의 실황 연주도 남긴 바 있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 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