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명연주 이야기
브루노 발터(Bruno Walter, 독일)의 주요한 레퍼토리로는 먼저 모차르트와 말러이고 다음으로는 아마 슈베르트와 브람스일 것이다. 특히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가 남긴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의 녹음은 모두 7종이 알려져 있다. SP시절 1936년 빈 필하모닉과의 모노 녹음, 47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녹음, 50년 바이에른 국립 관현악단과의 뮌헨 실황 녹음과 그리고 여기 소개할 58년 뉴욕 필하모닉과의 스테레오 녹음이 그것이다.
이 중 주목할 만한 것은 1960년 빈 필하모닉과의 실황녹음이다. 물론 빈 필하모닉과는 젊은 시절인 1936년의 녹음이 하나 더 있기는 하나, 1960년 5월 연주는 말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의 실황으로 발터의 마지막 유럽 연주회가 되는 기념비적인 것이다. 연주는 다소 빠른 템포 즉 1936년 녹음보다도 조금 더 빠른 것으로 음악적 기분의 고양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치밀한 빈 필하모닉의 음향을 바탕으로 고귀한 품격의 연주가 펼쳐진다. 다만 녹음 관계상 거친 음질을 들려준다. 이렇듯 이 1960년 실황 연주는 깊은 뜻을 담은 훌륭한 연주이지만, 1958년 녹음된 연주가 스테레오 녹음으로 음질이 더 낫고 좀 더 풍부한 감흥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뉴욕 필하모닉과의 1958년 녹음은 <미완성> 교향곡 연주의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곡 최고의 연주로 평가된다. 슈베르트의 화성적인 우아한 선율을 느긋하면서도 풍부한 정감으로 노래하고 있고, 가장 아름다운 <미완성> 교향곡의 모습으로 낭만적인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1악장 알레그로부터 크게 휘젓는 큰 진폭이 참으로 대단한 감흥을 선사한다. 물론 이런 것에는 뉴욕 필하모닉의 뛰어난 기량의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특히 감미롭고도 아름답게 물결치듯 밀려오는 탄력적인 선율감은 단연 발군으로 아름답지만 한편으로 절망적인 색채를 더욱 짙게 해 준다. 한편 2악장 안단테는 템포가 느려 연주 시간도 길지만 결코 느슨하지 않으며, 오히려 수수한 음영을 담은 섬세한 표정은 대단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더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지 않게끔.
전체적으로 기품을 담은 부드러운 분위기가 감싸는 가운데서도 템포를 미묘하게 변화시켜 작품이 지닌 가요성을 충분히 살리고 있으며, 세밀한 부분까지 화성과 하모니를 조화시켜 뛰어난 서정미를 노래한다. 이런 노래는 단순한 선율이 아니라 슈베르트의 마음의 고뇌를 담은 것으로, 발터 자신의 인간미가 가미된 넓은 포용력의 연주가 이 곡의 이상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발터가 보여주는 <미완성>의 연주는 슈베르트가 이 곡을 미완성으로 끝낼 수밖에 없는 인간적 번뇌를 담고 있기에 더 이상 미완성이 아닌 완벽한 완성의 음악으로서 남게 될 것이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 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