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개설 및 배경
이 곡은 지극히 투명하고 청순하다는 점, 아름다운 선율이 풍부하게 쓰여졌다는 점, 화성과 음 색의 사용이 참신하다는 점등에 의해 우리 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기 있는 교향곡이다. 뿐만 아니라 제1악장과 2악장밖에 없는 미완성이란 사실이 여러 가지 상상과 억측을 불러 일으켰고, 그러한 억측들은 이 곡을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질 정도로 대중적인 곡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의 자필 악보를 보면 이 곡이 슈베르트가 25세 때, 1822년에 빈에서 착수됐다는 사실은 나타 났지만 언제 작곡이 중단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리고 4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세상 사람들 눈에 띄지 않다가 슈베르트 사후, 그의 예술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그의 곡들이 수집되면서 1865년에야 한 애호가에 의해 발견되었다.
정식 음악 교육을 받지 않은 슈베르트는 당대의 유명 작곡가인 슈만, 바그너처럼 이론으로 무장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색다르고 혁명적인 형식의 음악에도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전의 고전파 작곡가들의 형식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이었지만, 그의 성향이 워낙 로맨틱했기 때문인지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낭만파 음악가가 되어 버렸다.
특히 이 곡은 처음으로 만들어진 서정 시 적인 교향곡으로 음악사에 등장했고 브람스, 브루크너 등 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 을 준 예언자적 위치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서 구조적인 짜임새를 중요시해서 꽉 짜인 액자 속에 갇힌 듯 했던 고전주의 교향곡에서 문학과 미술과 교류하면서 좀 더 쉽고 자유롭게 사람들이 즐 길 수 있게 만든 낭만주의 교향곡으로의 전환점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알레그로 모데라토의 제1악장은 '마치 지하의 세계에서 온 것처럼'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저음 현악기의 뛰어난 선율로 시작된다. 엄숙한 전설이나 시를 이야기하는 듯한 저음 현악기와 가볍고 상쾌하게 응답하는 듯한 높은 음의 현악기가 황홀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제2악장은 안단테 콘 몰토의 속도로 인해 조용히 발소리를 죽이고 찾아오는 운명처럼 느껴지고, 슬프게 하소연하는 듯한 클라리넷의 선율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게 한다.
이 곡이 2악장만 작곡된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협회에 헌정 하려던 이 곡을 반만 완성한 채 친 구에게 보낸 슈베르트가 일에 몰두하다 잊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 스스로 두 개의 악장만으로도 자신이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을 다했다고 만족해서 그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곡이 비록 형식상은 미완성이지만 내용적으로 4악장의 곡 못지않은 완성도가 있다는 점을 보면 '형식'이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슈베르트의 자유로운 음악 혼과 진정한 천재성을 느낄 수 있다.
곡의 구성 및 특징
제1악장 Allegro moderato b단조 3/4박자
극히 단순한 소나타 형식으로 작곡되었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묵직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도입부를 연주하면 이어서 바이올린의 왠지 불안한 잘게 저미는 반주를 타고 목관악기가 슬픈 선율을 연주한다. 관현악의 총주에 이어 잠시 침묵이 흐르면서 첼로가 제 2주제를 노래한다. 이 두 개의 주제가 서로 엉키면서 곡은 비극적인 전개를 보이며 부풀어 오른다.
비교적 간단한 소나타형식으로 첼로와 베이스의 유니즌에 의한 신비적인 도입주제는 조용하게 최약주(最弱奏)로 개시되면서 점점 상승해온다. 이 동기는 다음의 제2악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는데, 이처럼 하나의 동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곡 전체를 통일해 가려는 생각은 머지않아 리스트 등이 이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이 개인적인 감정으로 된 멜로디로써 시작되는 예는 예전에는 없었으므로 슈베르트의 낭만적 감성이 이러한 점에서도 잘 표현되어있다 할 수 있다.
여기서 슈베르트가 비록 하이든과 모차르트에게서 혹은 그가 대단히 존경해 마지않는 베토벤에게서 교향곡을 배웠다고는 하지만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이든의 교향곡은 어디까지나 고전적인 긴장된 형태미가 추구되고, 베토벤에게서는 보다 더 포괄적인 세계관과 관계가 있음에 반해,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은 보다 더 개인적인 어떤 종류의 정서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어서 바이올린의 섬세한 반주와 저음현의 피치카토를 배경으로 목관이 애수어린 제1주제를 제시하게된다. 이 주제의 로맨틱한 느낌은 호른에 의한 반향적 효과에 의해서 현저히 강화된다. 주제가 거듭된 후, 파곳과 호른의 짧은 경과부 뒤에 침착하고 향취있는 빈의 렌틀러풍 제2주제가 첼로의 주주로 G장조에 나타나며, 베이스의 피치카토와 바이올린의 당김음이 부풀어 오르는 듯한 율동으로 이것을 반주한다.
이것은 특히 인상적이며 아름다운 주제인데, 결국 이 악장에 나타나는 이상 3개의 주제는 이들 상호간의 성격적인 콘트라스트는 거의 엿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선율과 색채적인 악기의 사용법으로 인해 더욱 황홀한 맛을 느끼게 한다.
첫머리의 도입선율의 최초동기를 중심 소재로 하는 전개부에서는 제2주제의 배경으로 쓰여진 당김음과 그 외에 한둘의 다른 악상에 더해지고, 격식대로 쓰여진 재현부를 거쳐서 낭만적인 여운을 남기면서 종지를 고한다.
제 2악장 Andante con moto E장조 3/8박자
불규칙한 3부형식의 구성을 갖는 서정적인 악장이다. 매우 아름다운 선율과 화음이 풍부한 악장이다. 전체적으로 지극히 낭만적이며 시적인 정취가 넘친다. 처음에 꿈과 같은 몽환적인 화음과 저음의 피치카토로 시작하여 곧 이어 유려한 주제가 바이올린에 나타난다.
이 주제가 계속 발전해 나가다 중간부분에서는 곡의 분위기가 잠시 바뀌면서 무언가를 동경하는 듯한 그리움을 담은 주제가 오보에로 나타나 점차 부풀어 오르다 다시 처음의 주제로 돌아가면서 곡이 끝맺는다. 바인가르트너는 "슈베르트는 이 곡으로 이미 영원한 안식에로의 여행 길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말하고 있다. 양식적으로는 미완성이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완성된 교향곡, 여기에 이 곡의 생명이 담겨져 있다.
제 1악장처럼 조용한 콘트라베이스의 피치카토에 반주되는 2마디의 파곳과 호른의 도입에 의해 감동에찬 아름다운 주제가 높은 음역에서 바이올린의 주주(主奏)로 나타난다. 제1악장 첫머리의 동기를 활용한 이 악장은 명확한 형식성보다도 가요적인 성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제는 유려하면서도 소박하고 친밀감이 있다. 대체로 슈베르트의 음악에서는 서민적인 소박함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가 일반 시민 생활 속에서 활동한 사실과 결부되는 것이다.
이상의 악상이 첼로의 효과적인 대위선율을 수반한 채 조바꿈하면서 반복되는데, 위무하듯이 아름다운 멜로디의 사슬을 이어놓은 듯이 전개되는 효과적인 음색은 마치 마술처럼 야릇하며, 육성같은 감명을 주면서 마음에 파고든다. 이것은 마치 음의 시인인 슈베르트의 상처 입은 영혼처럼 들린다.
다음에는 제1바이올린의 단음진행이 남게 되고 이어서 자잘하게 떨리는 현의 반주를 타고 클라리넷이 아름답고 애절한 제2주제를 연주한다. 이것이 악기를 바꾸어 반복 전개되어서 제시부를 끝낸다.
전개부와 재현부를 거친 뒤 코다로 들어가는데, 여기에서는 이미 나온 주제가 잇따라 극적으로 전개되어서 제2의 전개부를 연상시키고 곡상이 다시 고조된 뒤 인상적인 피치카토를 더듬어 팀파니의 트레몰로를 수반한 조용한 화성에 도달한 뒤 꺼지듯이 끝난다.
글 출처 : 클래식 명곡 대사전(이성삼. 세광음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