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와 미완성 교향곡
이 교향곡의 b단조는 통상 4악장으로 되어 있어야 하는데 1, 2악장만 작곡이 되어서 <미완성> 교향곡이라고 통칭되고 있다.
작곡은 정확히 1822년 10월 30일에 시작되었는데 슈베르트 작곡 방식에서 드문 피아노 스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곡의 작곡은 그 이전부터라고 여겨진다. 곡은 1, 2악장만을 완성하고 3악장 스케르초(scherzo)는 9마디까지 오케스트레이션 되었고 32마디까지는 피아노용 스케치만을 남긴 채 작곡은 영원히 중단되고 만다.
그 후 1823년 4월 그라츠(Graz)에서 슈타이어마르크 음악협회(Steiemarkischer Nusikverein)의 명예회원으로 추대된 슈베르트는 답례로 이 교향곡을 헌정하려고 마음먹는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편지를 1823년 9월에 쓴다.
“잠시 동안 빈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저를 위하여 최고의 호의와 함께 보내 주신 명예회원증을 며칠 전에야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감사의 정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근일 중에 저의 교향곡 1곡의 총보를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그래서 슈베르트는 공무원 친구인 요셉 휘텐브레너(Josef Huttenbrenner, 1796~1882)에게 악보를 전달하지만 무슨 이유인지는 연주를 하지 않고 방치하게 된다. 아마 2악장만의 악보였기 때문에 나머지 악장 악보를 기다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렇게 하여 2악장만의 자필 악보는 세상에서 잊혀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 1865년 12월 17일 빈 음악협회 관현악단의 지휘자 헐벡크(Johann Herbeck, 1837~1877)가 휘텐브레너가 가지고 있는 악보를 발견 초연하게 된다. 슈베르트가 휘텐브레너에게 악보를 보낸 지 42년,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지 37년이 지난 후였다.
초연에 참석한 유명한 평론가 한슬릭(Eduard Hanslick, 1825~1904, 독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1악장이 시작되고 서주 후 바이올린의 조용한 선율이 곁들여서 오보와 클라리넷이 감미로운 노래를 연주하자, 객석에서는 ‘슈베르트다’라고 속삭였다. 이 b단조로 쓰여진 슬픈 노래, 첼로가 켜는 주제, 그리고 렌틀러(landler) 무곡의 유연한 물결이 마음을 흔들고 지나가자, 청중들의 가슴에는 마치 슈베르트가 오랜 여행에서 돌아와 우리들 사이에 서 있는 듯한 그런 기쁨이 충만한 것이었다.”
왜 미완이었는가에 대한 것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설이 있다.
1, 2악장이 모두 3박자이고, 3악장 역시 3박자로 시작하여서 전체적인 균형을 잃게 되자 작곡을 중단하였다는 서로가 3악장이 앞의 1, 2악장에 비해 너무 부실하여 작곡을 포기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가장 설득력이 있는 설은 작곡자 자신이 이 작품을 2개의 악장만으로도 완성된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마 1, 2악장 후에 다른 악장이 더해진다면 아마 이 작품의 아름다움이 오히려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슈베르트가 슈타이어마르크 음악협회에 보낸 편지에서도 ‘교향곡 1곡’이라고 하여 1, 2악장의 미완이라는 뜻을 전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조금은 황당한 것일 수도 있으나 슈베르트 자신의 단순한 건망증에 의한 것이란 설도 있다.
그 어떤 깊은 뜻 같은 것은 없고 쓰다가 잠시 잊어버렸고 요절과 함께 묻혀 버렸다는 것이다. 또 슈베르트의 전기 작가인 브라운(Maurice John Edwin Brown, 1906~1975, 영국)은 곡의 작곡이 시작된 때가 바로 6년 후 슈베르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성병이 시작하던 때라는 것이다. 그래서 작곡 중단의 원인을 병과 연관 지어 설명하는데, 성병이 슈베르트에게 육체적 고통을 주었을 뿐 아니라 죄의식과 심한 수치심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설(說)과 갖가지 추측이 무성하지만 아무래도 이것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음악사(音樂史)의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다.
이 곡은 음악사에 처음으로 서정시적인 교향곡으로 등장하여 다음 시대의 작곡 양식의 예언자적 위치를 자신도 모르게 제시하였다는 주목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1악장 도입부는 명지휘자 바인가르트너(Felix Weingartner, 1863~1942)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지하의 세계로부터 솟아나듯이’ 신비스럽게 시작된다. 선율적인 아름다움이 매력적으로 발휘되는데 이런 것에는 슈베르트의 고뇌와 비애가 어둡게 서려있다. 전체를 휘감고 있는 이런 어둠의 상실과 허탈감은 막다른 절망과 체념의 화음이라 하겠다.
2악장은 위안을 주는 듯한 서정적인 기분을 전해 주며 전체를 통해 소박함과 투명한 음의 빛깔로 낭만적인 정취를 남기며 조용히 곡을 맺는다. 이렇게 곡은 그의 짧은 생과 같이 미완성으로 맺을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인생의 덧없음을 뼈저리게 느끼며······.
곡은 아름다운 선율이 전편을 주도하는 명곡으로 형식만 미완일 뿐 그 완성도에 있어서는 전악장을 갖춘 교향곡을 능가하는 완성의 명교향곡이라 하겠다. 그래서 브람스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있다.
“이 곡은 양식적으로 분명히 미완성이지만, 결코 미완성이 아니다. 이 두 개의 악장은 어느 것이나 내용이 충실하고 그 아름다운 선율은 모든 사람의 영혼을 끝없는 사랑으로 휘어잡기 때문에 그 어떤 사람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온화하고 친근한 사랑의 말로써 다정히 속삭인다. 이처럼 대중적인 매력을 지닌 교향곡을 나는 일찍이 들은 적이 없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 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