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rto grossi Op.6 No.8 in g minor (Christmas Concerto)

콘체르토 그로소는 바로크 음악의 우아미와 활력이 가장 잘 발휘되는 음악장르의 하나다.
이탈리아 바로크 소나타형식을 정립한 장본인인 아르칸젤로 코렐리(1653-1713)는 콘체르토 그로소 분야에서도 걸출한 업적을 남겼다. 모두 12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콘체르트 그로소 Op.6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8번은 '크리스마스 콘체르토'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바로크음악의 인기작이다.

코렐리의 바이올린 연주의 핵심은 아름다운 음색, 운궁의 다양함과 우아함, 느린 움직임 속에 담은 풍성한 표정, 그리고 잘 발달된 왼손의 기교 등이 있다. 그는 노래하는 악기로서의 바이올린의 특성을 충분히 발휘하여 서정성과 우아한 기품으로 넘치는 걸작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코렐리의 이름을 드높인 작품은 '콘체르토 그로쏘'(합주협주곡)와 '바이올린 소나타'이다. 그의 손으로 비로소 형식상의 완성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는 열두 곡의 '콘체르토 그로쏘'는 후세의 바흐나 헨델의 걸작으로 이어지는, 이 음악 분야의 기초를 다져 놓았다.

소나타, 콘체르토, 그리고 신포니아
르네상스의 시대가 저물어갈 무렵, 유럽의 음악계는 여전히 혼란스런 정치적 사회적 바탕 속에서도 종교적인 좁은 범주를 벗어나 만인의 음악으로 개성적이면서도 또한 체계성있는 발전과 풍요로움 속으로 진행해가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들 몇 가지만 살펴본다면, 우선 음악의 연주가 사람의 목소리, 즉 인성(人聲)을 벗어나 각 성부가 다채로운 악기들로 연주될 수 있는 기악의 발전이 대단히 뚜렷해졌다는 점입니다. 이로써 오로지 인간의 목소리로만 이루어지던 연주가 인간과 기악, 더 나아가서는 악기와 악기간의 어울림으로 다채로워 졌다는 것입니다.

본시 ‘목소리로 노래하다(cantare)’ 라는 어원을 가진 ‘칸타타(cantata)’ 가 음악의 연주의 주체였다면 이제 이와는 대비가 되는 어원인 ‘악기를 연주하다(sonare)’ 라는 단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할 것입니다. 교회음악이건 세속적 음악이건 이미 다성부(多聲部:polyphony)로 불려지던 노래(canzona)를 기악으로 연주하도록 한 것을 ‘칸초나 다 수오나레(canzona da suonare)’라 하다가 이를 고쳐서 ‘칸초나소나타(canzonasonata)’, 다시 더 줄여서 ‘소나타(sonata)’라고 부르게 되었으니, 이미 16세기 중엽부터 이 ‘소나타’란 말은 순전히 기악으로만 연주되는 음악을 가리키는 단어로 이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또 하나, 단성부의 음악에서 다성부의 음악으로 바뀌며 각 성부간의 경쟁적인 대비는 안티폰(交唱:antiphon)과 같은 연주기법의 발전을 가져왔는데, 라틴어의 ‘경쟁하다(concertare)’라는 단어는 바로 가장 적절한 단어로서 음악 속에 파고들게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몬테베르디나 그의 제자 슈츠 등에 의하여 다성부적 합창에서도 쉽게 위의 파생단어인 ‘콘체르토(concerto)’란 말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성에서의 ‘콘체르토’의 쓰임은 이후 거의 사용되지 않거나 곧 소멸되었지만. 18세기 러시아 초기음악의 작곡가들인 드미뜨리 보르뜨냔스끼 등에 의하여 ‘합창 협주곡’이란 제목이 버젓이 사용되어지고 이후로도 더 사용되었습니다.

그보다는 이 ‘콘체르토’란 단어가 더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역시 기악분야에서였습니다. 이 단어는 악기와 악기간의 푸가적 전개에 있어서 서로간에 경쟁적인 역할을 하며 음악을 펼쳐갔기 때문에 흔히들 더 많이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위의 ‘소나타’라는 단어와 더불어 기악 합주곡을 일컫는 또하나의 단어로서 큰 구분이 없이 혼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세속음악과 기악의 발전은 인성 중심의 마드리갈을 벗어나면서 돈과 권력이 있어 여흥을 필요로하는 궁정을 중심으로 극음악, 즉 오페라의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물론, 교회와 관련된 성스런 주제도 있었으나, 좀 더 인간적이고 옛 이야기와 같은 재밋거리를 동반한 주제들로 바뀌면서 음악 자체의 표현 능력과 기법들의 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극음악의 첫머리, 혹은 무대의 전환시 기악합주로만 연주되는 것을 '신포니아(sinfonia)'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원래 그리스어 어원인 ‘동시에 울리는 음(symphonia)’을 뜻하는 이 단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순 기악합주곡 모음의 한 이름으로 서서히 사용되어지다가 이렇게 극음악속의 한 부분인 기악합주부 이름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고, 이후 단독으로도 기악합주곡의 이름으로 위의 ‘소나타’나 ‘콘체르토’와 더불어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면 당시 이 세 가지의 음악 형식이 뚜렷한 차이를 보였던가...? 음악학자들은 모두 고개를 젓습니다. 어찌보면 이 용어들이 처음 사용되던 16세기부터 17세기 사이에는 연주적 구분에 있어서 별반 차이없이 섞어서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지오반니 가브리엘리의 유명한 ‘소나타 피아네 포르테(sonata pian'e forte)’는 ‘사크라 신포니아곡집(sacrae sinfoniae)’이란 곳에 수록되어져 있으며, 그의 최후의 작품으로 사후발간된 ‘칸초나와 소나타(canzoni et sonate)’도 양 형식의 차이가 무엇인지 애매할 정도입니다.

1650년대에 이탈리아 음악의 주류가 된 칸초네, 칸초네다소나르, 소나테, 심지어 콘체르토, 신포니아, 더하여 판타지아(fantasia)들은 엄청난 양에도 불구하고 명칭적 차이 이외에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통주저음(通奏低音:basso continuo)
16세기가 지나고 음악에 있어서의 바로크(baroque) 시대가 다가오면서 교회음악을 시작으로 다성부적 연주 형태에 있어서 또하나의 큰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바로 '바소 콘티누오(通奏低音:basso continuo)'의 도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교회에서 불리워지던 다성부의 곡이 '반주가 없는(a capella)' 상태로 불리워졌으나, 화음반주의 발달이 이루어지면서 효과적인 ‘반주법’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정확히는 누가 처음 생각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가장 아래 저음 성부를 멜로디로 넣고 여기에 적절한 화음을 넣어줌으로써 당시 교회에 널리 보급되어져있던 오르간으로의 반주가 가능하게끔 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연주 형태는 아카펠라의 합창이 모두 끊어지더라도 오르간이 그 공백을 메우면서 음악적 연속성을 유지해줄 수 있기도 하고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여 주기도 하는 등 그 효과가 대단히 뛰어나자 곧 교회를 벗어나 일반의 세속적인 음악 연주에 있어서도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즉 유럽음악의 바로크 시대는 바로 이 통주저음과 더불어 다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곧 모든 악보들은 각 성부 외에 저음역과 여기에 숫자로 표시된 약식화음기호(기본 화음일때는 숫자를 적지 않으나, 음정 진행에 따라 화음이 변하면 이를 숫자로 기록)가 표기된 통주저음의 악보가 더해져 출판되게 되었으며, 대단히 빠른 속도로 이러한 연주 기법은 전 유럽에 퍼져나갔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연주법에 또다른 변화를 가지고 오게 되었는데, 이는 바로 오늘날 3중주나 4중주와 같은 개념의 시초가 되는 ‘트리오 소나타’의 확립과 콘체르토 양식의 분화였습니다.

순수기악적 연주형태인 ‘소나타’는 17세기에 접어들면서 두갈래로 나뉘게 됩니다. 하나는 교회에서 인성 대신 악기가 연주하는 형태로서의 소나타인 ‘교회의 소나타(sonata da chiesa)’와 세속 음악으로서 궁정 등에서 연주되는 ‘실내의 소나타(sonata da camera)’였는데, 교회에서 연주되는 소나타는 역시 경건한 분위기에서 연주되는 것으로 완-급-완-급의 4악장 구성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세속적인 소나타는 마찬가지로 완-급-완-급의 구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각각의 곡들에 대응되는 대표적인 춤곡들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때 사용되는 악기들은 통주저음의 영향을 받아 주제를 연주하는 두 대의 고음역 악기에 이를 받쳐줄 저음역 악기 한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화음을 깔아주는 통주저음악기인 오르간이나 합시코드 같은 화음악기까지 4대의 악기가 기본적으로 연주를 하게 됨으로써 구조적으로 완벽한 연주형태가 이루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악기는 4종이지만 성부만으로 따지면 3성부에 반주가 더해진 것이니 이를 ‘트리오 소나타’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뒤에는 건반악기의 오른손 반주 외에 왼손의 저음역 연주를 따로 두어 2중주를 더한 세 가지 악기만의 트리오 소나타도 나오긴 했지만...)

또 하나는 콘체르토의 변화인데, 일반적인 기악합주로서 이용되던 이름인 콘체르토가 비로소 자신의 이름에 걸맞는 연주 형태를 갖게 된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트리오 소나타 악기군 자체를 하나의 독주군(concertino 혹은 soli)으로 하고 이들과 다시 합주를 하는, 즈로 현악기군 - 물론, 여기에 따로 바소 콘티누오가 딸려 있습니다 - 으로 이루어진 합주부(ripieno)로 연주를 하는 확대된 형태의 것을 ‘콘체르토 그로소(合奏協奏曲:concerto grosso)’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와 연관, 혹은 별개로 해서 독주악기군을 실력있는 단 하나의 악기(solo)로 해서 합주부가 받치고 나가는 연주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아는 '협주곡(concerto)'의 형태인데, 콘체르토 그로소와 함께 악기들의 성능과 발달로 해서 이러한 ‘솔로 콘체르토’의 발달도 함께 이루어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글 출처 : Classic Cafe 필유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