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과 야상곡
녹턴(夜想曲)이라는 말의 기원은 원래 라틴어의 ‘NOX'에서 파생된 것으로 밤의 신(神)을 의미한다.
이 녹턴의 음악 형식을 최초로 창시한 이는 아일랜드 출신 작곡가인 존 필드(John Field, 1782~1837)이다. 그는 이 명칭을 카톨릭 교회의 기도 중에 있는 <밤의 기도(영어의 Nocturn, 프랑스어의 Nocturne, 이탈리아어의 nottumo)>에서 고안하였다. 쇼팽은 이런 필드의 녹턴을 모체로 하여 자신도 녹턴 형식의 피아논 곡을 작곡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녹턴이라는 음악 형식은 세레나데(serenade)와 같은 개념으로 1790년 말부터 살롱이나 집안의 음악 생활 중에서 낯익은 중창인 성악곡 장르를 가리켰다.
이런 초기 성악 장르는 당연히 작곡가나 청중에게 피아노 녹턴에 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것은 녹턴의 새로운 장르이기보다는 성악의 한 버전과도 같은 것이었다(무언가의 경우도 비슷하다).
필드는 자신의 녹턴을 가곡으로 출반하기도 하였으며 쇼팽의 녹턴도 그의 친구인 첼리스트 프랑숌이 라틴어 가사를 붙여 편곡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보면 19세기 중반에 나타난 피아노 녹턴은 본래 장르의 본질ㄹ을 해치지 않는 성악 녹턴의 탈바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이 ‘녹턴’하면 으레 피아노 독주곡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정착되었다. 한편 쇼팽은 이런 녹턴의 성격을 손가락으로 노래한다고 말해 이런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쇼팽의 녹턴 작곡은 필드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는 필드의 곡에 감명을 받아 작곡한 것으로 특히 1,2번에서는 필드의 영향을 강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이런 영향은 앞서 지적한 성악적인 면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그 예가 바로
레치타티보(Recitativo)의 사용에서 알 수 있다. 이렇듯 오히려 쇼팽은 필드 곡보다 좀 더 발전된 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며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도 향상된 수준을 보여 준다.
쇼팽 전 생애를 통해 즉 10대 후반인 1830년부터 만년인 1846년까지 모두 21곡의 녹턴을 작곡 생전에 18곡을 모두 2, 3곡씩 모아 Op.9, 15, 27, 32, 37, 48, 55, 62로 출판하였다. 이렇게 녹턴은 쇼팽 인생의 전반에 걸쳐 있기에 단순한 녹턴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3곡은 유작으로 발표되어 모두 21번까지 번호를 붙여 쇼팽 녹턴은 전 21곡으로 되어 있다. 모든 곡이 다 훌륭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1, 2, 5, 11, 15, 20번 등이 인기가 놓은 곡들이다.
쇼팽의 <녹턴>은 필드의 것을 답습하고 있기도 하나 쇼팽의 전기 작가인 하네커(James Gilbbons Huneker, 1857~1921, 미국)에 의하면 ‘쇼팽은 외형과 내용면에서 필드 이상의 것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특히 다양성과 열정 그리고 장대함을 더한 것으로 쇼팽 특유의 독특한 섬세함과 서정성을 발휘 극적인 예술적 감흥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라고 하고 있다.
안톤 루비스타인이 쇼팽을 가리켜 ‘피아노의 시인’, ‘피아노의 영혼’이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의미 이상의 것을 뜻한다. 즉 피아노라는 악기 자체를 매개로 한 음악이 아니라 피아노의 자체의 음악인 앞서 말한 피아노의 영혼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쇼팽이 남긴 여타 장르 즉 스케르초(scherzo), 발라드(ballade), 폴로네즈(polonaise), 마주르카(mazurka), 전주곡(prelude)에서도 그의 예술 세계를 접하게 되지만 인생의 흐름과 같이하는 녹턴이야말로 작곡가 내면의 심경까지 엿보게 되어 쇼팽 음악의 총 본산이라 할 것이다. 특히 쇼팽 음악의 파상적 인상인 듣기 편한 살롱(salon)풍의 느낌을 초월한 진정한 예술성의 표출이야말로 녹턴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가 될 것이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 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