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후와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브루흐는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나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의 뒤를 이은 독일 낭만파의 대작곡가 겸 지휘자로 활약한 인물이다. 그의 작풍(作風)은 멘델스존의 영향을 받은 풍부한 화성(和聲)을 바탕으로 한 긴밀한 대위법적인 성부의 진행과 단면적인 관현악법의 결합에 의한 형식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이런 것에 높은 민족적인 표정을 담아내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한결 같이 원숙한 기교와 아름다운 멜로디, 폭넓은 음색의 로맨틱한 서정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긴장된 리듬과 풍부한 선을 그리고 라인의 기질이라고 할 감각적인 기쁨과 격정적인 개성이 단연 돋보인다.

이런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 작품으로는 바이올린 협주곡 세 곡과 <스코틀랜드 환상곡> Op.46 그리고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세레나데 Op.75가 잇는데 이 중 협주곡 1번과 환상곡이 널리 애청되는 그의 대표적 작품이다. 세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 중에는 제1번이 가장 잘 알려진 곡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명(名)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자리한다.

1번 협주곡의 작곡은 19세 때인 1857년 시작하여 1866년 브루흐 나이 28세 때 완성된 무려 9년의 세월이 걸린 작품이다. 특히 1865년에는 라인 강 근처의 코블렌츠(Koblenz)시에서 음악협회 관현악단의 음악감독을 맡아 지휘자로서 활동한 것과 요아힘의 연주를 들은 것이 작곡의 계기가 되었다.

브루흐는 클라라 슈만(Clara Schumann)을 통해 요아힘(Joseph Joachim)을 소개 받았고, 또한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 1844~1908, 스페인)나 헤스(Willy Hess, 1859~1939, 독일) 같은 이들에게서 바이올린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그리고 특히 다비드(Ferdinand David, 1810~1873, 독일)에게는 협주곡 1번 작곡에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하지만 정말로 큰 역할은 요아힘이 하게 된다. 1866년 코브렌츠(Koblenz)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쾨니히스로우(Otto von Konigslow)와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초연이 이루어졌지만 브루흐는 곡에 만족스럽지 않았기에 곡을 요아힘에게 보내 조언을 구하게 된다. 이에 요아힘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의 기법을 도입하고 카덴차(cadenza)도 제공하게 된다. 결국 브루흐는 이 협주곡 1번을 요아힘에게 헌정하였고, 곡은 1868년 요아힘이 연주하여 대성공을 거둔 뒤부터 높은 인기를 얻게 된다.

곡은 낭만주의의 정취가 전편에 가득히 차오르며 감상적인 면이 많아 아주 독특하고 그윽한 멋을 풍기고 있다. 감미롭고 독주자의 기교를 잘 살리고 있어 연주 효과도 대단히 화려하다. 현식은 3악장이나 일반적인 협주곡과 달리 전악장이 쉼 없이 연주되며 상당히 자유로운 구성이다.

1악장은 환상적인 전주곡(vorspiel)의 역할을 하고 있다.
2악장의 아다지오의 달콤한 몽상적인 선율의 아름다움이 가슴 깊이 아로새겨진다.
3악장은 힘이 넘치는 멋이 있다. 또한 전체적인 관현악의 풍부한 울림도 곡상(曲想)을 더울 북돋우고 있는 걸출한 것이다.

특히 브루흐 자신이 바이올린 주자가 아니었지만 그의 달콤한 멜로디와 자유로운 협주곡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브루흐만의 걸출한 정서가 깊게 배어 있는 명 협주곡으로도 손색이 없다 하겠다.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아우어(Leopold Auer, 1845~1930, 헝가리)도 이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아름다운 선율과 자유로운 형식 그리고 고도의 기교에도 무리가 없는 출중한 명작으로 평가하고 있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 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