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명연주 이야기

이런 작품의 연주로는 아카르도(Salvatore Accardo, 1941~ , 이탈리아)가 협주곡 전 3곡(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작품 전 9곡)을 남기고 있고 하이페츠 역시 녹음을 남기고 있다.

다만 하이페츠의 경우 3번 협주곡 녹음만 남기지 않고 있다. 특히 하이페츠는 협주곡 1번과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같이 담은 음반이 이 곡들의 최상의 연주로 군림한다.

협주곡 1번을 살펴보면, 이 곡은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함이 겸비되어야만 하는 까닭에 하이페츠의 연주 스타일이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하이페츠는 그의 뛰어난 기교와 날카롭게 가르는 보잉(bowing)이 이 협주곡에서 제 기량을 발휘 훌륭한 연주를 만들고 있다.

특히 그는 데뷔 이듬해인 1913년 12세에 라이프치히에서 이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였고 이를 본 당대의 거장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 1875~1962)는 짐발리스트(Efrem Zimbalist, 1889~1985)에게 “자네나 나나 바이올린을 부숴 버리는 편이 좋을 듯싶군”이라고 말한 유명한 일화가 남아 있다. 이렇게 하이페츠는 어린 시절부터 이 곡에 남다른 천재적 감각을 발휘하였던 것이다.

1악장 알레그로부터 섬세하고 정교한 바이올린이 이 곡의 우울하고도 어두운 감성을 잘 묘사해 주고 있다. 특히 2악장 아다지오의 정밀하고 미세한 고요의 표현은 깊은 감성을 전달해 준다. 전체적으로 세련된 감각과 거침없이 그어대는 보잉의 시원함도 일품이고, 이런 날카로움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서세한 표현과 서정의 표출도 나무랄 데 없는 투명한 아름다움의 연주이다.

그리고 반주를 맡은 서전트(Malcolm Sargent, 1895~1967, 영국)의 깊고 박력이 넘치는 짜임새 있는 지휘 역시 더없이 만족스러워 단연 최고의 반열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페트는 이 곡을 1951년 같은 지휘자인 서전트와 런던 심포니의 연주도 남기고 있으며, 이것 역시 좋은 연주이나 모노임을 감안할 때 여기 스테레오 녹음인 1962년 연주가 더 의미 있다 할 것이다.

출처 : 불후의 클래식(허 재, 책과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