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HMS: Hungarian Dances
독일 음악가 브람스는 정신적 혹은 정서적으로 헝가리와 아주 가까웠습니다.
브람스는 북 독일의 항구 도시 함부르크에서 태어납니다. 헝가리는 독일 함부르크와는 많이 떨어진 세상이었지요. 그런데 브람스는 어떻게 헝가리란 나라와 가까워졌고 어떻게 불후의 명작 '헝가리 무곡'이란 작품을 쓰게 되었을까요?

브람스는 그의 나이 17세 때인 1850년에 헝가리의 비르투오소 바이올리니스트인 레메니를 만났습니다. 브람스는 레메니와 친구로 지내면서 그를 통해 얻은 것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을 들라면 첫째는 그를 통해 평생의 친구 요아힘을 알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그를 통해 헝가리 음악을 잘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슈만을 만나게 되는 나이 20세에 '헝가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란 작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 54세 때인 1887년에는 자신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피날레 악장에 헝가리 집시 선율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보컬 4중주와 피아노를 위한 집시의 노래 등을 만들어 놓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의 헝가리 집시 선율에 대한 관심을 가장 집중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얘기한다면 그것은 바로 21편의 헝가리 무곡이랄 수 있습니다. 총 네 개의 세트로 된 21곡의 헝가리 무곡은 1869년에 첫 두 세트가 인쇄되었고 나머지 두 짝은 11년 후인 1880년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헝가리 무곡은 민속춤인 차르다슈(Csrdas)형태의 마자르 선율로 이뤄진 것이었고 피아노 이중주 형태였습니다.

1885년에 브람스는 이 가운데 세 가지 작품(제 1곡, 제 3곡, 제 10곡)만을 골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을 하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전체를 오케스트라 곡으로 듣게 되었지만 사실은 나머지 18개 작품들은 저명한 작곡가 드보르자크를 위시해 할렌(Hallen), 유온(Juon), 팔로우(Parlow), 슈멜링(Schmeling), 갈(Gal), 숄룸(Schollum) 등 후대 음악가들이 편곡해 놓은 것들이지요.

헝가리 무곡은 대체로 애수 가득한 느린 서주(Lass)로 시작하고 금세 2박자의 빠른 패시지로 돌입하는 전형적인 차르다슈인데, 집시의 애환과 우수가 깔린 느린 부분은 진한 노래로 굽이치며 빠른 부분은 발꿈치를 들리게 하고 머리칼이 서게 할만큼 싱그러운 흥취로 솟구칩니다.

특히 아름다워 대중적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제 4곡과 제 6곡은 그야말로 차르다슈의 진수를 들려주는데 빠른 섹션의 기상은 아주 힘차고 현란하기까지 합니다.

BRAHMS: Hungarian Dances for piano 4-hands WoO 1

관현악곡으로만 접했던 브람스의 헝가리안댄스
그 열정적이고 환희와 우수가 교차하는 집시의 고달픈 삶을 노래한 브람스의 대중적인 작품.

헝가리인 음악친구 레메니와 함께 나선 헝가리여행에서 직접 들은 헝가리집시의 선율에 감동을 받아서 쓰게 된 곡들 - 비록 표절논란을 겪기도 했지만 클래식초보자에게 이 곡만큼 브람스에 대해 강한 인상을 주는 곡은 없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렵고 지루하기로 이름 난 브람스이기에- 하긴 말러나 브루크너,바그너에 비기면 그다지 어렵고 지루한 작품들도 아니겠지만- 친해지기도 힘들고 초보자에겐 겁부터 나는 브람스지만 이 곡부터 접한다면 브람스에 대한 막연한 경원은 약간이나마 감소할 것입니다.

익히 알려진 관현악곡은 편곡작품이고 원곡은 한대의 피아노를 두 사람이 연주하는 피아노연탄곡인데- 네 손을 위한 피아노곡또는 피아노듀엣곡이라고도 하죠.-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처음부터 관현악곡으로 익숙해진 탓이겠지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아우르는 브람스의 음악- 모차르트나 베토벤만큼의 선율미와 천재성을 느낄 수도 없고 어떤 면에서는 음악적영감의 부족을 느끼게도 되는 딱딱한 맛도 없지 않지만 고독과 체념,관조속의 인간미를 너무도 깊이있게 맛보게 해주는 그의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가식을 없앤 수수한 맛이 품위있게 전해져 옵니다.

쉽게 친해지긴 힘들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면 그의 허무주의적인생관이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와 닿는 브람스 - 그 브람스와 조금 더 친해보고자 이 음악을 포스팅 해봅니다.